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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Mar 03. 2020

Julia & Us 6. 초콜릿 케이크

Reine de saba . 우리만 아는 실수

<아내의 요리>

초콜릿을 좋아하지만 웬일인지 초콜릿으로 만든 디저트 - 초콜릿 아이스크림, 핫초코, 초콜릿 케이크 등등 - 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 보니 남편이 몇 번이나 초콜릿 케이크 노래를 불렀는데도 시큰둥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 주말에는 맛있는 거 만들어주고 싶은 반가운 손님들이 오기로 한 날이기도 하고, 주메뉴가 매운 음식이기도 해서 달달한 디저트를 구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리아 차일드 요리책에는 복숭아, 파인애플, 서양배 등등 과일을 넣은 케이크 레시피가 유난히 많다. 언젠가는 다 만들어볼 참이지만, 호불호가 꽤나 갈릴법한 디저트는 손님 접대용으로는 애매하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레시피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요리책을 한참 들여다본 끝에 당첨된 메뉴는 Reine de Saba (Queen of Saba)라고 불리는 초콜릿 케이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살짝 크리미한 식감이 특징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밀가루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 늦은 저녁에도 비교적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디저트다.

 

[재료]

초콜릿 7-8컵, 커피 2Tb, 버터 1.5 스틱, 설탕 or 메이플 시럽 2/3컵, 계란 노른자 3, 계란 흰자 3, 소금 한 꼬집, 설탕 1Tb, 아몬드 엑스트렉트 1/4 tsp (바닐라 엑스트렉트로 대체), 밀가루 1/2컵


Nestle semi-sweet chocolate

본격적으로 베이킹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오븐을 180C (350F)로 예열해두고, 케이크 틀에 버터를 발라둔다.


1. 보울에 초콜릿과 커피를 넣고 중탕한다. (초콜릿이 녹는 동안 나머지 재료들을 준비해둔다)

 


2. 버터와 설탕을 섞다가 계란 노른자를 넣고 함께 섞는다.



3. 별도의 보울에 계란 흰자와 소금을 넣고 거품이 뿔 모양으로 유지될 때까지 섞는다.

4. 중간중간에 설탕을 넣어주면서 계속 섞는다...

이게 말은 쉬운데 기계를 쓰지 않으면 중노동을 방불케 한다. 젓다 젓다 안돼서 비명을 질렀더니 남편이 뛰어나와서 어금니 꽉 물고 대신 저어주었다. 10분 정도 (ㅋㅋㅋ남편 미안) 저어주면 왼쪽 사진처럼 거품이 뿔 모양으로 유지된다. 뿌듯함과 함께 부서진 (남편의) 팔근육.



5. 2번 반죽 (설탕 + 버터)에 중탕해둔 초콜릿을 넣고 섞다가

6. 4번 반죽의 1/3 양을 넣고 재빠르게 저어주어 전체 반죽의 농도를 낮춘다.



7. 중간중간에 4번 반죽을 1/3씩 더 넣어주면서 계속 저어준다.

8. 밀가루를 체에 걸러 반죽에 넣고 섞으면 케이크 반죽 완성!



9. 반죽을 케이크 틀에 담아 오븐에 25분 굽는다.



10. 예쁘게 구워진 Queen of Saba. 한두 시간 상온에 식혀둔다.

 


원래는 초콜릿 케이크 위에 버터 초콜릿 아이싱을 발라 반짝반짝하게 마무리하는 게 정석이다. 그러나 집에 남아있던 게 화이트 초콜릿밖에 없어서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화이트 초코 아이싱을 만들었다.


11. 초콜릿을 중탕하다가 버터 소량을 넣고 완전히 녹인 다음 얼음물 위에서 식혀준다.

12. 아이싱을 케이크 위에 발라줘야 하는데...



막상 아이싱을 바르고 보니 양이 적어 케이크를 미처 다 덮지 못했다. 손이 큰 편이라 늘 재료가 넉넉했는데, 살찔 것 같은 아이싱을 만들자니 소심해졌나 보다. 머리보다 작은 하얀 모자를 쓰고 있는 것 같은 케이크가 영 맘에 안 들어서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케이크를 뒤집어버렸다. 결국 화이트 초콜릿이 크러스트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비주얼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남편이랑 키득키득했다. 마무리로 과일 몇 알 톡톡 올려주었다. 흐으, 아이싱 때문에 잠깐 골치 아팠지만 다들 좋아해 주어 다행이었다. 단맛은 과일이나 초콜릿으로도 충분히 낼 수 있으니 앞으로 디저트 레시피에서 아이싱은 과감히 생략해야겠다. 무엇을 더할지보다 무엇을 빼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베이킹에서도 통하는 진리인 듯.  


개인적으로는 만난 지 얼마 안 된 오븐과의 밀당이 어느 정도 끝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처음 쿠키나 파이를 구웠을 때는 오븐을 믿지 못하겠어서 몇 번이나 들여다보고, 열어보았는데, 이제 타이머 맞춰놓고 잊고 있다가 땡! 소리가 나면 부엌으로 느릿느릿 걸어가는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갈 길이 멀디 멀지만 달달한 취미가 생겨 좋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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