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열매, 감나무 이야기

by 수경

감나무 이야기



바알간 감이 한창인

시골의 어느 어르신 한 분이

심오하게,

묻는다

유독 감나무에

새가 집을 안 짓는 이유를 알아요?

우리는 곰곰돌돌

머리도 굴리고

총명돌기가 솟도록

집중도 하지만

해답이

메마른 뿌리가 되어

닿을 듯 말 듯

샘의 근원에

도달하지 못하는 찰나,

땡감 떨어지듯

답이 떨어진다.

그야 사람들이

감 딸라고 하도 들락날락 하이

새가 맘 편히 붙어있겠어요?

까무스름하게

조각 나 검게 반짝이는

감나무 수피보다도,

모서리가 더 각진

경상도 사투리

어르신의 농 한 마디가

창공을 가르는 새처럼

감이 되어

붉어간다.


감나무의 열매인 감은 유난히 단정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릴 적 실과 시간에 배운 내용 중에 감나무의 감 열매는 참열매라는 내용이 제게는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더 흔하고 친근한 이미지의 열매로 사과가 있었는데, 정작 사과는 헛열매, 감은 참열매의 대명사였기 때문입니다. 감이 열리기까지의 여정을 들여다 보기로 하겠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깊어지면서 감나무 가지 끝에는 작은 초록빛의 봉오리가 생깁니다. 이 봉오리 안에는 작지만 암술과 수술 그리고 꽃받침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윽고 5월이 되면 감나무에 꽃이 핍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작고 단단한 연노란색의 꽃이 생명의 문을 엽니다. 암꽃은 열매의 원형이 되는 씨방이 큼직하고 수꽃은 꽃가루받이를 위해 꽃가루를 많이 생산합니다.



꽃이 피면 벌과 파리와 같은 곤충과 바람이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옮기는 일을 돕게 됩니다. 이것을 수분이라고 합니다. 꽃가루는 암술머리에 닿은 뒤,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길을 따라 씨방 속으로 천천히 내려갑니다. 아주 미세한 꽃가루관이라는 통로를 내려가서 씨방 안에 있는 씨앗 앞에까지 도착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성공하면 수정이 이루어지고 씨방 속의 씨는 발달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수정이 이루어지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이 꽃잎이 떨어지는 일입니다. 꽃은 지되 꽃을 받치고 있던 꽃받침은 그대로 남습니다. 특히 감은 열매가 점점 자라게 돼도 그 꽃받침이 꼭지 위에 그대로 남는 특징이 있습니다. 꽃받침 아래 탐스럽게 익은 감 열매는 그래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감 열매를 통해 풋풋하게 꽃 피던 시절을 꽃받침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감 열매처럼 꽃의 씨방이 커져서 그대로 열매가 된 것을 참열매라고 합니다.



반면에 헛열매는 열매가 씨방이 아니라 다른 꽃 부분이 변해서 생긴 열매입니다. 사과와 배는 씨방이 아닌, 꽃턱(꽃받침 밑부분)이 자라 과육이 된 경우입니다. 사과에 있어서 진짜 열매는 씨가 들어있는 딱딱한 부분이고 배는 속의 딱딱한 '씨방'이 진짜 열매입니다. 감의 꼭지가 꽃받침인데 비해 사과와 배의 꼭지는 꽃을 지탱하던 꽃자루가 남아 있는 모습입니다. 사과와 배의 아랫부분 별 모양 흔적이 바로 꽃받침이 있던 흔적입니다.



감나무가 제게 준 또다른 감흥 한 가지는 수피가 아주 예쁘다는 점입니다. 마치 유리가 깨졌지만 형태도 크기도 고르게 산산조각 난 모양. 검은 빛깔의 감나무 수피는 제게 반짝거리는 보석을 연상시킵니다. 보석 같은 수피와 꽃받침 아래 달린 감 열매 외에 윤기 나고 두꺼운 잎도 감나무의 매력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에만 있고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는 없는 동양적인 감나무. 감나무가 자기 몸무게의 몇 배에 달하는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란 창공을 향해 몇 개만 남은 감나무도 겨울의 운치를 더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감나무를 통해 겨울의 여백을 마음에도 들여놓을 때입니다.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사진-저기 감꼭지가 그 옛날의 꽃받침이다
감나무 수피는 보석 조각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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