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사를 통틀어 재회의 설레는 기쁨을 이렇게 탁월하게 표현한 영화도 흔치 않을 것이다.
영화의 서두에서 소피는 아빠를 만날 수 있다는 동화 같은 소망을 안고 노오란 우체통 앞으로 걸어간다. 부드럽게.
I have a dream이 흐르고...
샘, 빌, 해리를 향한 초대장이 우체통 안에 떨어지는 순간,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빠바밤바바밤~~ 빠바바바밤바밤~~
볼륨을 높인 GimmeGimmeGimme가 신나게 흐른다.
초대장을 받아 들고 도나를 만날 기대감에 들뜬 세 명의 남자들은 어쩔 줄 몰라하면서 분주하기 짝이 없다...
이 장면, GimmeGimmeGimme는 설렘 그 자체다!!
맘마미아가 상영할 당시를 내 머리는 설레는 4월쯤으로 기억하지만 실제 개봉은 2008년 9월 3일이었다. 기억은 원본을 제대로 복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왜곡되고 일그러지는 만큼 정서가 강력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맘마미아는 내게도 설렘 자체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 맘마미아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했다. 스웨덴 가수 아바의 곡들로 만들어진 뮤지컬이 이번에는 영화로 만들어졌구나, 하는 딱 그 정도였다. 남편은 노트북으로 다운로드하여 보다가 도저히 스크린이 아니면 안 되겠다며 전화로 우리를 불러냈던 것이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가 한 남자와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 빠졌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몸이다. 슬프고 마음이 상심한 그때 또 다른 한 남자를 만나는데 바람 같이 자유로운 그도 떠나가면서 두 번째의 이별이 찾아온다. 그리고 세 번째의 사랑도 떠나간다. 샘 카마이클, 빌 앤더슨, 해리 브라이트가 도나 인생에 들어온 세 명의 남자이다.
그 무렵 도나는 임신을 하고 아빠가 누군지 혼란스러워한다. 임신 시기로 보아 세 명의 남자들은 아이의 아빠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였다. 그만큼 도나의 사랑은 짧고도 강렬하였다. 나는 이런 스토리의 서두를 영화가 시작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런 발칙하고도 기상천외한 스토리를 상상해 낼 수 있다니! 그런 상상력이 온몸을 소름 돋도록 짜릿하게 하였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의 내게 영화 맘마미아는 신선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소피는 20여 년간 비밀에 부쳐졌던 아빠에 관한 이야기를 엄마의 일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아빠의 존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소피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다. I Have a Dream이 이 장면을 대신한다.
맘마미아라는 영화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사랑'을 대하는 인간의 본성을 거짓 없이 솔직하면서도 코믹하고 또 신나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샘, 빌, 해리가 도나 몰래 집으로 들어올 때 그렇게 살금살금 들어오는 모습을 도나는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의 당혹감과 반가움과 설렘을 노래 MAmma Mia가 모두 담아내고 있다.
강한 빛이 내리는 지중해의 바다에서, 소피와 스카이가 부르는 Lay All Your Love On Me는 눈동자에 서로의 눈동자가 타오르며 사랑에 전부를 걸 수 있을까 하는 도발적인 긴장감을 관객들에게도 퍼붓는다. 거기다 오리발을 찬 무용수들의 칼군무는 또 얼마나 코믹하고도 짜릿한 웃음을 선사하는지...
곧 결혼을 앞둔 소피의 머리를 도나가 빗어줄 때는 Slipping Through My Fingers가 흘러나와 관객들의 정서를 쓰다듬는다. 빠르게 흘러간 시간과 힘겨웠던 시간들과 외로움 뒤에 사랑과 감사 이런 무수한 감정들이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도나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 샘에게 부르는 The Winner Takes It All에서는 상실감과 후회 같은 깊은 감정에 관객도 덩달아 감정이 격해지며, 결혼식 전날 파티에서 울려 퍼지던 Voulez-Vous에서는 감정이 폭발하고 만다.
소피는 외로웠던 엄마 도나에게 가족을 안겨주고 싶은 소망을, 엄마 도나는 소피에게 아직은 더 넓은 세상과 자유를 안겨 주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소피의 소원은 끝내 이루어진다. 소피는 결혼을 미루는 대신 스카이와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기로 하고 차려놓은 결혼식은 도나와 샘을 위한 것이 된다. 이후 모두의 파티!
나는 이렇게 재밌고 설레고 신나고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모두 한 편에 섞어놓은 이야기를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심오한 사상을 담은 이야기 못지않게, 맘마미아는 내 인생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가슴에 아로새겨져 있다.
또 한 가지. 맘마미아를 잊을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대성통곡을 했다는 것이다. 사운드 벅찬 음악 덕분에 나는 마음 놓고 엉엉엉 크게 목놓아 울 수 있었다. 콧물 눈물범벅이 되어 벅차게 울면서 본 영화가 맘마미아였다. 그러면서도 또 신나기까지 했으니...
왜 그랬을까. 무엇인가 내 속에 어느 한 지점에 스위치를 올렸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외로움이라는 정서는 때로 나를 오리무중에 빠뜨리고 두려움에 떨게 한다. 이겨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하는 때가 불쑥 찾아온다. 나는 외로움을 집처럼 삼고 오래도록 살아가기를 해야 할 것만 같다.
#맘마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