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두 발짝, 세 발짝... 실내화를 신은 작은 발이 1m 길이를 재며 걷는다. 몸이 삐뚤, 갸우뚱하면서도 중심을 잘 잡고 있다. 아이들은 둥글게 말려 있던 줄자를 교실 바닥에 길게 빼 늘인 후 왼발과 오른발이 벌려지지 않고 또 포개지지 않도록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길이를 재고 있다.
남자아이들은 발의 크기에 따라 네 발자국 반에서 다섯 발자국을 걸으면 대략 1m 길이가 된다. 여자 아이들은 다섯 발자국에서 조금 더 길이를 보태야 1m가 되었다.
책상 위에서는 엄지와 검지를 활짝 편 '뼘'의 횟수로 1m 길이를 어림하고 있다. 힘 없이 흐느적거리는 줄자 끝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짝꿍이 한쪽을 잘 잡아주면 손가락 뼘 어림잡기가 한결 쉬워진다. 여자 아이들은 대략 일곱 뼘이 1m가 되었다.
"길게 오린 조각 종이 여러 개를 이어 붙입니다. 3m에 가장 가깝게 어림하여 붙인 사람이 개인 우승자가 되는 거예요!"
내가 속한 모둠의 세윤이는 교실에서 가장 적당한 곳을 찾느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길게 이어 붙인 종이띠가 아이들의 움직이는 발에도 밟히지 않고 장애물 없이 바닥에 편평하게 펼 수 있는 공간을 마침내 찾아냈다.
달 탐사하는 과학자처럼, 세윤이는 오른발 앞에 왼발, 왼발 앞에 다시 오른발을 꼭 붙여 조심조심 걸으며 걸음의 개수를 세고 있다. 다섯 발자국이 1m였으니 열다섯 걸음을 걸어야 했다.
세윤이는 줄이 흔들리면 어림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을 알고 한쪽에 아예 테이프로 고정을 하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열다섯 걸음의 지점에 연필로 표시를 해둔 후 가위로 나머지 부분은 미련 없이 싹둑 잘라냈다.
3m를 어림하는 줄들이 결승점에 도착하는 달리기 선수들처럼 담임선생님의 손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결과, 어림왕은 바로바로 정세윤! 세윤이는 3m에 가장 가까운 3m 6cm의 줄을 만들어서 다른 친구들보다 정확도가 훨씬 높은 수치로 우승하였다.
다음번엔 모둠별 미션이 주어졌다. 이번에는 길이가 훨씬 더 긴, 사물함 1번에서 7번까지의 길이와 텔레비전의 가로길이, 보관함의 가로길이를 모둠이 힘을 합쳐 재는 미션이었다.
텔레비전을 잴 때는, 엄지와 검지를 쫙 펴고 맞물리는 지점이 흔들리지 않도록 길이를 재야 한다. 아이들의 조그만 손가락은 공중에 붕 떠서 춤추듯 움직였다. 발걸음으로 잴 때도 여분으로 남아있는 부분까지 계산하여 어림해야 했다. 긴 길이를 잴 때는 정확도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두 번째 미션도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아이들은 골똘했고 진지했으며 아주 열심이었다. 이 모습을 담임 선생님은 흐뭇하게 지켜보고 계셨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오늘의 어림왕은 정세윤!
오늘의 어림왕 모둠은 4모둠!
세윤이가 속한 모둠이 우승을 차지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정말 우승한 모둠에게만 비타민 사탕을 주려고 했거든, 그런데 너네들 너무 열심히 하는 거야. 우승 모둠에 박수도 열심히 쳐주고. 그래서 모두 사탕을 주기로 했어요. 모두 나오세요~~"
하지만 부상으로 나가는 사탕에도 원칙이 있었다! 우승 모둠은 비타민 사탕이 두 개, 나머지 모둠은 비타민 사탕이 한 개!
사탕 2개씩을 받은 4모둠의 세윤이가 내쪽으로 돌아본 후, 두 손으로 잡은 사탕 한 개를 내밀었다.
"선생님, 드세요!"
나는 달 탐사 과학자가 건넨 사탕 하나에 온몸이 사르르 녹았다. 기분은 달처럼 부풀어 올랐다.
#초등학교 #수학 #길이재기 #어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