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 날 새 아침

by 수경

"얘, 너 도대체 학교 안 가고 어디 가는 거야?"



6개월 동안이나 벼렀던 질문이 다소 격한 감정에 실려 튀어나왔다.

"학교 가는데요!"

질문이 갑작스러웠던 나만큼이나 놀란 표정의 아이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학교 여기잖아"

나는 등교하는 학교 후문을 가리켰다.

"아닌데요... 저는 한O초등학교 다니는데요..."

"너... 이름이 한결이 아니니?"

"아닌데요..."

"아... 그렇구나.. 그래, 잘 가렴."



나는 아이를 2년 전, 2학년 교실에서 만났던 한결이와 같은 아이라고 믿고 있었다. 4월 등굣길에서 만날 때마다, 학교 후문을 지나쳐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궁금해, 뒤따라가보고 싶은 마음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이는 그 한결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며칠 뒤, 조퇴를 하며 학교 후문 앞에서 다시 그 아이를 만났다.

"안녕! 오늘은 학교 일찍 마치고 집에 왔나 보네."

"네? 저 학교... 여긴데요...?"

아이는 마주한 우리 학교 후문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어? 그래... 이름이 뭐였더라?"

"한결인데요.."

"그렇지... 2학년 2반 했던... 알고 말고지."



나는 며칠 사이를 두고 한결이와 다른 학교의, 한결이 닮은 아이를 완전히 구별하지 못하고 있었다. 등교할 때마다 만나는 한결이 닮은 아이를 유심히 보면서, 이 아이가 조금 더 귀염상이고 진짜 한결이가 조금 더 개구쟁이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은 똑같이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체구 또한 귀엽게 비슷했다.



이 일이 있은 후로 나는 출근할 때마다 바짝 정신을 차리게 된다. 타인의 얼굴을 정확히 분간하기 위해, 또 주머니를 빠져나와 길가 어딘가에 흘러내린 물건처럼, 잃어버릴지도 모를 나 자신을 단단히 잡기 위해서.



아주 오래 전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임시 담임으로 잠시 종례만 하러 들어간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소리가 있었다. 자기 반에 나와 똑같이 생긴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난처하면서도 궁금해, 조심스레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처음엔 나 아닌 듯한 모습에 의아하다가 점차 어떤 모습이 나랑 똑같게 느껴진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아주 착해 보였고 좀 수줍음이 있으며, 또 순수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여럿 중에서 특별히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은 얼굴.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저런 이미지구나. 나는 새삼 놀라게 되었다. 거기다 교무실 옆 자리에 앉은 영어 선생님과 꼭 닮은 아이가 있다고 언젠가 내가 감탄한 적이 있는데, 그 아이는 실제 영어 선생님보다 더 똘똘하고 영리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개성 가운데에서 두드러지는 것이 더욱 확대되고 뚜렷해지면서 사람들은 닮은 꼴 타인을 찾아내게 된다. 하지만 내면까지 더하면 내가 아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 사이에는 분명 작은 간극이 있게 마련이다.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는, 오래 사색하고 조심스레 조율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날마다 아침 등굣길에서 만나는, 한결이 닮은 아이는 이제 나의 "안녕"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인사를 돌려준다. 경계로 시작된 눈빛이 어색한 인사를 거쳐 이제는 공손하고 다정한 인사를 건네며 우리는 같은 아침을 맞는다.



내가 아는 나의 모습과,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 그 사이 어딘가에는 내가 닮고 싶거나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내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새 날 새 아침을 맞는다. 이 모든 나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