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알레그로

by 수경

계속 알레그로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작년 늦가을 무렵,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바이올린 연주곡으로 연습하던 그 음이 인도를 걸을 때도, 넓은 횡단보도를 지나 골목길을 접어들 때도 흥얼거리며 새 나왔다. 사람이 없는 길에서는 제법 큰 소리로 흥얼거리곤 했다.



느리거나 빠르고 경쾌한 정도를 넘어 이제는 내 마음대로 변주를 하며 불러댔다.

딴딴딴딴 따라라라 랄라 따라리라 라라라라랄 따라리라 따라리라 따라라라랄~랄~라~~

간혹 뽕짝 풍이 가미 될 때도 있었지만, 나의 변주는 변화무쌍했고 왠지 하루 종일 이 노래가 따라붙을 것만 같았다. 흔쾌히 알레그로를 오늘의 동행으로 삼아 수목원으로 향하는 걸음을 이어갔다.



겨울은 무채색이다. 그 가운데 초록을 여러 번 덧발라 붓질한 듯한 상록수들의 쨍한 색은 반갑기가 그지없다. 생기를 불러오는 소나무의 잎도 그렇고 아파트에서 자주 보는 스트로브잣나무의 초록 또한 싱그럽기는 매한가지다. 담쟁이덩굴과 닮았지만 상록성 덩굴인 송악은 수목원 입구 언덕을 빽빽하게 차지한 채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었고 그 옆으로 맥문동 또한 뒤지지 않고 몸을 눕힌 자세로 겨울을 잘 버티고 있었다.



낙엽들은 작년과 재작년의 잎뿐만 아니라 이제는 형체를 알 수 없는 더 옛적의 잎들에 어울려 흙과 하나가 되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낙엽들은 수분이 마르면서 형태도 휘지만 몸이 가벼워진 만큼 서로 부딪치면서 맑은 소리를 냈다. 이 자리에서 봄비에 몸을 푸는 낙엽들 덕분에 봄의 새 생명들은 곧 움을 틀 것이다.



봄마중 나가듯, 봄이 어느 만큼 오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선 걸음이지만, 흐린 날씨와 찬 바람 탓에 몸은 겨울 외투로 둘둘 감고 오른 길이었다. 수목원 둘레길 언덕에 있는 나무 침대에서는 한참 동안 누워있었다. 중무장한 몸으로는 바람이 침범하지 않아서인지 얼굴을 스치는 찬 바람은 상쾌하고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귀에서 바람 소리와 함께 알레그로도 들려왔다. 지금 내가 부르는 소리가 아닌데, 아까 오는 길에 불렀던 그 노랫가락이 길과 골목들을 돌아 다시 내 귀로 회귀하고 있는 건지... 아무튼 오랜 벗 같은 알레그로가 오늘은 멋지게 나와 동행이 되어 주었다.


송악
맥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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