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발했던 매화는 후에 매실이라는 열매를 만들고 봄빛의 절정을 선사했던 벚꽃 또한 버찌라는 까만 열매를 만듭니다. 매화꽃과 벚꽃을 감상한 후에 이들의 열매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늦은 5월이 되어 출하된 매실과 까맣게 익은 버찌가 거리에 떨어져 까만 얼룩들을 만들어낼 때 매실과 벚꽃의 열렬했던 3월과 4월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매실이나 버찌, 감이나 사과와 배 같은 과실들이 꽃이 피고 난 후 열매를 맺는 일을 꽃의 수정에 의한 당연한 일로 여기고 그 신비로움을 한번도 의아하게 여긴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유독 민들레에게만큼은 노란 꽃잎들이 몽실몽실한 솜사탕으로 변해간 그 과정들이 그렇게 궁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피어있는 민들레 한 송이의 자리를 기억했다가 매일매일 와서 지켜보리라, 아니면 잠 자지 않고 지켜보면서 밤새 민들레의 변화를 확인하겠노라, 하고 마음 먹지만 번번이 실패하였습니다.
어제는 책을 읽으면서 궁리하다가 그 까닭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민들레는 사실 한 송이가 아니라 한 다발이에요. 길죽한 꽃잎 하나하나는 자체적으로 수정을 하여 씨앗 하나씩을 품을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독립적인 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독립적인 꽃인 꽃잎 하나가 씨앗을 멀리멀리 바람에 날려보내기 위해 마련한 것이 갓털이라고 하는 솜털인데, 이것이 깨알같은 까만 씨앗 하나씩을 품고 있어요.
꽃에서 솜사탕으로의 변신이 필요한 어느 시점에 꽃잎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위해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는다면 깨알같은 씨앗들을 품은 솜사탕으로의 변신이라는 신비로운 마술쇼를 연출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민들레는 생명력이 강하기로 유명합니다. 한 번 싹이 트면 어떻게해서라도 꽃을 피우고야 마는 집념의 꽃이에요. 메마른 땅에서도 사람들 많은 길가나 보도블록 사이의 비좁은 틈에서도 자라지요.
우리가 자주 보는 민들레는 대다수가 서양민들레입니다. 서양민들레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토종민들레와 달리 꽃잎 아래 꽃받침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총포'가 아래를 향해 뒤집어져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서양민들레는 우리 토종 민들레보다 개화 시기가 더 길고 꽃 색이 짙고 꽃잎이 많고 풍성하게 생겼습니다. 이에 비해 토종 민들레는 총포가 위로 향하고 꽃색이 연하며 몸도 가냘퍼서 연약하고 다소곳한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생명력이 강한 서양민들레는 번식력도 뛰어나고, 토종민들레는 산이 높고 맑은 청정 지역에서 살며 토종민들레끼리 꽃가루받이를 하여 순수혈통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3월이 가고 4월이 되면 민들레도 꽃을 피우고 씨앗을 바람에 날리겠지요.
https://youtu.be/W8a4sUabCUo?si=MwXf--J79NL1lG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