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들의 이유

by 수경

봄이 되어 나무들은 에너지 생산을 위해 광합성을 하는 나뭇잎을 서둘러 피워내는 중요한 임무를 잊지 않고 수행합니다. 그럼에도 이 원칙을 따르지 않는 많은 나무들이 있습니다. 올해는 기온과 날씨의 변화가 변덕스럽고 지역에 따라 폭설을 동반한 강추위가 3월에도 이어져서인지 꽃들의 개화가 늦어졌습니다.

어제(3월 22일)부터는 계절이 봄의 창을 활짝 열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꽃들의 개화를 마주하게 됩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의 화단에 매화는 벌써 한창이고 산수유와 목련은 이제 시작입니다. 개나리도 반갑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꽃 피우는 일에 집중한 채 아직 새 잎의 흔적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잎보다 꽃을 피우는 데는 도대체 어떤 까닭이 있는 걸까요?

누군가는 일년 동안 할 일이 천지라 다급해진 마음 때문이라 하고 또 어떤이는 절심함과 절박함 때문이라 이야기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급함 때문인 것 같지만 애 타는 속은 절실함 때문일 것 같습니다.

로제트 식물들이 절실한 생존 본능으로 가을에 미리 잎을 내고 혹독한 겨울을 보낸 후 이른 봄이 되어 재빠르게 꽃을 피우는 것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 것처럼 잎을 내기 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 또한 생존을 위한 절실함 때문일 것입니다.

꽃을 피운다는 것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일입니다. 나무들은 겨우내 잎을 떨군 채 영양 활동인 광합성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몸에 비축된 에너지는 쥐어짜낸다 해도 소량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 와중에 일꾼인 나뭇잎보다 지출이 많은 꽃을 피우는 것으로 꽃 피우는 일의 중대함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우숲 학교의 교장인 김용규 님은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들의 일을 '혁명'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혁명은 얼음 위에 불을 지피는 일이고 이른 나무들의 봄꽃 개화는 혁명과도 같아 단식을 하며 사랑을 나누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어떤 이가 자동차의 뒷 유리면에 '위급 상황 시 아이 먼저 구해주세요'라는 문구와 혈액형을 적어 두었습니다. 부모로서 이 마음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사람에게도 나무들에게도 자손은 나 자신보다 귀한 존재로 빛이 나는 대상입니다.

잎도 피우지 않은 나무들의 봄꽃들에 황홀하게 취하는 것은 다름아닌 부모 나무들의 그 절실한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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