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고 언땅이 녹기 시작하면 뿌리는 열일을 하느라 바쁩니다. 물을 빨아들여 줄기를 타고 가지로 물을 공급해야 비로소 새 잎을 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당연하지만, 나무는 봄이 되면 왜 잎을 서둘러 내야 할까요? 지난 가을에 나뭇잎을 단풍으로 물들인 후 낙엽을 떨어뜨린 후 나무는 겨우내 동면에 들어갔습니다. 겨울 동안 잠을 자느라 에너지 생산을 할 수 없었지요. 나무에게 지상의 최대 과제는 역시 꽃을 피우고 꽃이 진 자리에서 다시 열매를 맺어 그 씨앗으로 후세를 보전하는 일이에요.
꽃을 피우고 키를 높이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 에너지를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나뭇잎입니다. 나무에서 일꾼이 바로 나뭇잎인 셈입니다. 나뭇잎이 광합성을 통해 만든 에너지로 꽃과 키와 몸체를 키우고 열매를 짓고 또 곰팡이나 세균 등 공격자에 대한 저항성도 키우게 됩니다.
오늘, 4월을 코 앞에 두고 조팝나무 새잎이 뽀록뽀록 올라오고 있습니다. 오늘 조금 내민 머리가 내일이면 세상 구경을 하겠다고 다투어 고개를 내밀겠죠? 다행히 아직은 주위에 있는 키 큰 나무들은 스멀스멀한 이 봄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척 합니다. 그러는 사이 조팝나무는 다음주라도 거품같은 뽀글뽀글한 하얀 꽃을 무더기로 피워올리겠지요. 그러면 자는 척 하던 키 큰 나무들도 기지개를 켜며 나뭇잎을 조금씩 밀어내게 되겠지요.
가장 키 낮은 땅 바닥에서 자라는 풀에서 시작해 중간 키의 나무에서 다시 키 큰 나무로 잎들은 순서에 따라 피어납니다. 그렇게 해야 만물의 근원이 되는 햇살을 골고루 나누게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