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은 음악실에서 바이올린 수업을 한다. 묵직한 방음문을 열고 들어와 두터운 붉은색의 빌로드 커튼이 쳐진 고요한 음악실은 음악과 예술을 뜨개질하는 공간처럼 신비로운 느낌이 있다. 바이올린 수업은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이어진다. 그 시간들이 모여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멋진 한두 곡쯤은 자랑스럽게 뽐내며 연주할 수 있을 것만 같다.
1학년 아이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학교 종'이나 '비행기', '나비야' , '반짝반짝 작은 별' 같은 동요를 연습한다. 한 해를 마칠 무렵에는, 반마다 특색 있게 비슷한 색상의 옷을 맞춰 입고 연주를 한다. 조금은 긴장하고 또 설레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앞에 두고 진지하게 연주에 임하게 된다. 이 어여쁜 모습들은 영상을 통해 부모님들에게도 전송이 되어 한 해 동안의 아이들 성장을 볼 수 있게 된다.
<학교 종>이나 <비행기>가 바이올린으로 연주될 때는 묘한 기분이 든다. 짧고도 아주 익숙한 노래가 아주 느린 곡선으로 바이올린의 현을 타고 내려와 귀에 착지할 때는,
코흘리개가 양복을 입거나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선 듯한 느낌을 받는다. 혹은 은은한 광택이 나는 고급진 나무 상자 안에 알사탕 두어 개가 들어가 있는 듯 더 귀엽고 앙증맞은 듯한 느낌이 든다.
2학기가 되어서 2학년 아이들은 '알레그로'라는 곡을 연습하고 있다. 내 귀에 익숙한 곡이 아니면서, 깊고 그윽한 바이올린의 음색과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 '학교 종'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라라미미 파솔라파 미미, 레레도도 시라시도 라. 파파미라 파파미라, 파솔라파 미도시~~ 현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아이들의 음들이 음악실을 가득 채운다.
'알레그로'는 악보에서 빠르고 활발하게 연주하라는 표시라고 한다. 아이들의 알레그로는 아직은 느리다. 음악실에서 아이들이 들려주는 알레그로는 또박또박 박자를 맞추어 가면서 연습을 하는 것이어서 원래의 곡보다 더 느리게 줄을 타고 흘러나온다.
지금은 느린 알레그로가 연습량을 점점 보태면서 경쾌하고 활발한 속도를 달고 뛰어오는 날이 있을 것이다. 느린 곡이 지금은 듣기에 더 편안한데, 묘하게 느린 음이 가을과도 잘 어울린다.
느린 알레그로가 내 귀에 오래 남아서일까, 아침 등굣길에서 알레그로 음을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 느리고도 빠르게, 도돌이표로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하면서 느리고 또 빠른 속도로 이어 흥얼거리기를 반복한다.
포근한 가을날에는 느린 알레그로를, 코가 쨍하도록 차가운, 겨울 가까운 날에는 경쾌한 알레그로가 제격이다. 아침에도 오후에도 오늘은 종일 알레그로가 가까운 벗이 되어 주었다.
#초등학교 #음악 #바이올린 #알레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