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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을리 Jun 28. 2017

독일 이야기 1

미니 이사를 하다가 늙음이 찾아온 것을 알게되었다

우선 오늘 매우 놀란 것 하나: 독일 슈크림은 속이 꽉 차있고 정말 맛있는데 저게 한박스가 0.99유로다. ㅋㅋ


오늘은 이사를 했다. 작은 이사. 그간의 생활을 요약하자면 16일 새벽에야 여기 도착을 했고, 좀 놀다가 20일에 24일 토플 시험을 등록했다. 왜 독일까지 와서 토플을 보게 되었냐 하면 (ㅠㅠ) 여기서 학생 기숙사 등 혜택을 받으려면 학생으로 등록을 해야하는데 이왕 등록하는거 진짜 수업도 들으면 좋겠다 싶어서 영어로 된 학사 코스를 알아보니 전부 토플이 필요하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서 토플 점수나 따올걸 쓸데없이 독일어 깨작거리지 않고.. ㅋㅋ


하여튼 그리고 집에 돌아온게 24일이고 하루 자고 25일인 오늘 다른 친구네 집이 비어서 짐을 옮겼다. 여태 거의 10일정도 친구네집에 짐짝처럼 신세를 지다가 비어있는 원룸에 오니 왠지 신기한 기분이다.



걸어서 약 20분정도 떨어진 집인데 짐을 옮기느라 두번정도 왔다갔다했다. 걸으면서 든 생각은 1) 이게 바로 외국 날씨지! 라는 것과 2) 나도 늙었나봐 라는 것



오고 나서 일주일간을 33도 폭염으로 경악하게 덥더니 (해가 안 지니까 오후 8시까지 덥다..) 이제 좀 흐려지고 바람이 부는 날씨가 됐다. 난 이상하게 외국의 이런 흐린 날씨가 좋아. 한국같은 날씨를 보려면 내가 왜 나왔겠니! ㅠㅜ 바람 부는 거리를 캐리어 끌고 가고 있으니 왠지 호주 생각이 났다.


비오는 날 캐리어 끌고 걷고 있으면 참 행복하고 그랬는데. 아무 이유없이 욕도 처먹고 길도 잃어보고 그랬지만 내 손에 내 짐이 다 있어서 여기서부터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그 가능성에 항상 행복했었더랬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뭔 일인지 오늘 이동하는 동안엔 그 느낌이 안나더라. 너무 피곤해서? 너무 익숙해져서?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이제 나랑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짐이 내 손에 있는 것 보다는 언제 가든 날 반겨줄 짐이 내 집에 있는게 더 좋은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변해간다는 것이 정말 너무 신기한 일이야. 이럴 줄 알았다면 변하기 전에 이십대의 내 모든 시간을 돌아다니는데 썼을 텐데! 돌아다녀서 가장 행복할 시간에 머물러있었다는게 참 아쉬운 일이다.


아무튼 무탈하게 이사는 끝났고, 내일은 물과 우유와 화장지를 사와야 한다. 아침에 독일어 수업 들어보러 가야하는데 일어날 수 있을까? 남은 일주일 동안 무슨짓을 해서든 지낼 곳을 또 찾아야 한다. ㅋㅋ


만 스무살의 나와 만 스물여덟살의 나는 정말 너무 다른걸! 8년의 시차를 둔 비교체험기는 여기까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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