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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을리 Jul 22. 2017

한 달동안 독일에서 한 일들

독일에 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번주부터 독일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간 행복하기도 행복했지만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브런치를 켤 수가 없었다. 이건 탄산으로 된 멀티 미네랄 뭐시기를 먹고 잤더니 악몽을 꾸고 새벽 다섯시에 깨서 핸드폰을 잡고 뒤척거리다 써보는 지난 한 달.


1. 영어 시험을 봤다


독일에 오자마자 가장 처음 한 일은 토플등록이었다. 우선 와서 집을 구해야 했는데 저렴하고 편리한 학생 기숙사를 들어가려면 학생신분이 필요했다. 그러던 와중에 학교로부터 받는 어드미션 (여기선 쭐라숭이라고 함) 만 있어도 기숙사를 신청할 수가 있다기에 지원만 하면 어드미션을 주는 학과를 검색하려다 보니 영어로 된/ 무료의/ 학석사가 꽤 있다는걸 발견하게 되었다. 미친거 아닐까 독일에서 영어로 공부를 하겠다는 외국인들에게도 무료로 교육과 혜택을 제공하다니.. 하여튼 땡큐입니다. 거의 모든 학과에서 토플점수를 필요로 했고 그날 바로 토플 등록을 하려고 보니 두시간정도 가야하는 뒤셀도르프에서 4일 후 시험이 있더라. ㅋㅋ.. 토플 시험비는 한국보다 훨씬 비싸서 240유로인가 했었고 거기에 late fee 라고 늦게 등록하는 자들에게 내라는 추가요금, 토플 모의고사 한번 보는거까지 (아무 교재도 없었으므로ㅠㅠ) 해서 300유로라는 거금을 지출해야했다. 흐으흐어헝


그래서 독일에 오자마자..이상기온으로 더운 일주일간 도서관에 출근하며 토플공부를 했고 ㅠㅠ 책이 없으니 공식 토플사이트에 있는 모의고사와 친구가 사진찍어 보내준 리딩 문제, 라이팅 템플릿 보며 공부를 했다. 딱 3일 지나니까 하기싫더라 ㅋㅋ 뒤셀도르프에 짐싸고 가서 하루 자고 시험보러 갔는데 시험을 보러 다른 도시에 가는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근데 일단 잠을거의 못잔데다가 시험을 완전 말아먹었으며 시험 끝나고 나오니 비가와서 뒤셀도르프는 너무나 나랑 안맞다고 생각했었지...


리스닝 더미가 있는줄 모르고 나는 남들 스피킹 할때 나도 같이 스피킹 하고싶어서 (혼자 시작하면 부끄러우니까ㅠㅠ) 남들 화면 봐가며 리스닝 늦게 풀었는데 왠걸 남들이 3세트 풀때 나혼자 2세트 풀고있던거였다.. 결국 내가 마지막 리스닝 세트 풀때 모두 스피킹을 시작해서 하나도 안들리는 참사가 일어났고 내가 스피킹을 시작할때 남들은 다 라이팅을 하느라 쥐죽은듯이 고요해지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ㅠㅠ 당황해서 더듬고 말도 안나오고 왜 시험관은 내 옆으로 와서 서는지 정말 지금 생각해도 화가나네 호호


그러고 본으로 돌아왔더니만 갑자기 일주일 있었던 본이 고향같고 따뜻하더라... 이 도시에 있기로 한 이유중에 하나가 된거 같기도 하다.


암튼 결과는 30302628로 기대를 훌쩍 넘어선 점수가 나와서 (리스닝 마지막 세트가 더미였던것이 틀림없다) 넘나 기쁘게 학교지원을 마칠 수 있었다. 80만 넘으면 됐는데 영미권 지원해도 되는 점수가 나왔네...! 암튼 2년내에 토플 다시 볼 일은 없을듯 하다. 이얏호 *.*


2. 집을 구했다


호주 생각하고 대충 가서 집봐야지 했더니만 나온 집도 별로 없고 한인 커뮤니티랄것도 없어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물론 그래봐야 일주일이긴 한데 그래도 그 일주일이 똥줄탔다는 점에서..


여기서 집을 보러 가면 집주인이 나를 인터뷰를 하는데 (룸메이트가 있으면 다같이) 그래서 집에서 연락이 안오거나 다른사람을 찾았다고 하면 꽤 기분이 상한다. 마치 회사 떨어진 기분...? 일단 독일어를 할 수가 없으니 독일어 룸메이트들에게 영어를 쓰는게 나도 민망하고, 작아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지. 나같아도 독일어 못하는 외국인에게 방을 주는게 탐탁치는 않을 것 같다. 연락이 안와서 다 포기하고 하이델베르크 학원에 가등록하고 집보러 가려는데 그날 집보러 오라는 연락과 집을 사용해도 좋다는 연락을 받았다.

두 달동안 잘 부탁해


혼자쓰는 집인것도 좋고 주변이 조용한 것도 좋고 키친이 큰 것도 좋고 침대가 상상이상으로 편안한것도 좋다. 제일 좋은건 도보 2분 거리에 마트가 두개나 있다는 것..! ㅠㅠ 10분 거리에 한국마트조차 있다는 것...! 농담처럼 한 얘기긴 한데 이 집을 계속 쓸 수 있다면 본에 있고싶을 정도로 맘에드는 집이다.


우선은 학교 지원 결과에 따라 도시를 정할 계획이라 두 달동안만 여기 있을 예정. 잘 부탁해! 호호


3. 여행을 다녀왔다


본이 나를 부르는군! 싶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하이델베르크로 가려다가 숙소같은것들이 마땅치않아서 본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했을때 친구가 '일단 여기 와서 짐 풀어놓고 다니면서 결정해' 라는 말을 해주어서 첫 도시를 여기로 결정했는데, 도시 결정하고 비자 신청한 날 (출국 2주일전ㅋㅋ)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꿈에 내가 나와서 같이 밥먹으러 가려다가 깼단다. 요새 뭐하냐고 묻기에 나 곧 독일간다 했더니 어 자기도 간다고 하더라. 연락을 일년에 한두번 할까말까 하는 15년지기 친구사이라 ^.^ 이때도 좀 소름돋았는데 걔도 하필 본으로 그것도 나 도착한 바로 다음주에 온다는걸 알았을땐 온몸에 소름이 ㅋㅋ 게다가 친구는 오자마자 남자친구랑 덴마크에 다녀올 일이 생겨서 그 집을 나에게 일주일간 무료로 내어주게 되었고 나는 덕분에 혼자서 좋은 방을 일주일간 쓸 수 있었다. 호호


그 집에서 나와야 하는 날과 새 집으로 들어와야 하는 날 사이에 3-4일간의 공백이 생겨서 여행이나 가자! 하고 여행을 다녀왔다. 코헴-트리어-룩셈부르크를 다녀왔는데 세 도시 다 정말 아름다웠다.


코헴은 우리나라 남양주? 강촌? 같이 강과 산을 끼고있는 백프로 관광/휴양도시다. 마을 전체가 숙박업소고 산 위에는 성이 있고 그 앞으로는 강이 흐르고 강옆으로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이어져있지. 첫날 기차 잘못 내리고+ 그 다음 열차 연착되서 열두시 넘어 도착하니까 이상한 놈들이 시비털고 숙박업소 문은 닫혀있고 벨 눌러서 주인 깨우니까 성질내고 넘나 서러웠는데 다음날 아침에 도시를 보니 모든걸 용서하게 된 코헴이었다.

조식이 포함된 4만원짜리 방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트리어에는 독일답지않게 로마시대의 유적이 많이 남아있어서 도시의 분위기가 꽤나 다르고 흥미롭다. 다른것보다 트리어대성당은 정말 장엄하고 아름답다. 그것만 보러 트리어 가도 될 정도.

아참 그리고 트리어는 마르크스가 태어난 도시라 칼 마르크스 하우스가 있다. 물론 들어가보진 않았다. 본에는 베토벤 하우스가 있는데 물론 여기도 안 가볼 예정이다. ㅋㅋ 트리어에서 로마 유적을 보고 나니 정말 없어도 되는 호기심이 막 생겨서 박물관에도 비싼 돈을 주고 갔었다. 다 독일어로 되어있어서 설명은 빼고 유적만 열심히 보았다.


마지막으로 내 사랑 룩셈부르크...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아름답고 마음에

들었던 도시라서 다음에 꼭 다시 갈거다. 트리어에서 룩셈부르크 가는 편도 기차가 18유로정도 하는데 룩셈부르크에서 데일리 티켓을 끊으면 왕복이 9유로밖에 안한다. 호갱님은 웁니다... 룩셈부르크에서 티켓을 살 때 직원언니가 설명해주면서 티켓을 끊어줬는데 응 난 올때 그걸로 왔는걸 ㅠㅠ 하니까 직원도 울고 나도 울었다... ㅋㅋ



내가 본 회사중에 가장 위치가 좋은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eu

룩셈부르크는 정말 상상이상으로 아름답고 맘에 쏙 드는 도시였다. 일단 도시가 크지 않아 걸어서 다 둘러볼 수 있는데 수로가 있는 곳은 베네치아 같고, 성벽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도시는 프라하보다 더 아름답고, 오래된 성벽과 다리를 따라 걸으며 보는 도시는 런던타워보다 더 실감나고... 도시는 깔끔하고 사람들은 멋쟁이였고 음식은 맛있었다 (독일사람들이 음식좀 배웠으면 ㅠㅠ). 공원에서까지 와이파이가 터져서 아 내가 미래로 왔나 싶더라. 독일은 와이파이 후진국인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어학원에 등록을 했고, 이사를 했으며 쾰른에도 다녀왔다. 진짜 뭐하고 살았나 싶게 시간이 빨리 가기도 했지만 또 뭐 이것저것 많이 한 것 같기도 하네. 다음에는 리포트가 아닌 소화를 써봐야지.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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