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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을리 Sep 18. 2017

독일에서 독일어 배우는 이야기

독일에 온 지 3달, 독일에서 독일어 배운지는 2달

6월 15일에 독일에 왔으니 벌써 독일에 온 지 3달째가 되었다. 브런치를 보니 약 두달 전에 쓰고 손도 안대고 버려두었군.. 3달차를 맞이하여 정리하여 보는 독일에서의 (워홀비자를 가장한) 어학원생의 이야기.


1. 독일어는 생각보다 빨리 늘지 않았다. 흑흑

독일에 오기 전 독일어에 대한 나의 기대는... 3달이면 B2정도를 하고 있으며, 독일에서 독일 사람들과 일상대화를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수준이 되지 않을까! 라는 것이었다. (ㅋㅋㅋ ㅠㅠ) 이 기대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나는 독일에 와서 한달이 지나서야 깨닫게 된다.


나는 한국에서 2달동안 일주일에 세번씩 학원을 다니면서 A1를 배웠다. 그리고 6월 15일에 독일에 와서 팔자에 있지도 않은 대학 지원을 하느라 1달간은 독일어 공부를 손도 대지 못했고, 7월 15일부터 어학원에 다니게 된다. 그때 내 레벨테스트 결과는.. A1듣고 왔다고 하면 A2들으라고 하고, B1듣고 싶다고 하면 뭐 그럴래? 하는 수준 (사설 어학원들이 다 그렇지 뭐..ㅠㅠ)이었고 A2.1 반을 들어봤더니 딱 적당히 선생님 말도 안 들리고 (?) 내용도 모르는 내용이어서 A2.1 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독일어가 쑥쑥 늘 줄 알았더니 왠걸... 어학원 다니고 한 달 지날때까지도 나는 빵집에서 또는 레스토랑에서 도대체 나한테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질 못하겠더라. 이거이거 주실래요? 까지는 말하는데 그 다음에 여기서 먹을거야 가져갈거야? 이걸 못알아듣는 수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모르니까 단어를 찾아보지도 못하겠고 나중에 독일애한테 물어봐서야 알아들었다. Zum mitnehmen (to take out)? 이걸 못알아들었던 것이다. ㅠㅠ

왜 이런 사인을 보지 못했던 것인가 후후..



2. 독일에서 독일어 배우는건 호주에서 영어배우는것보다 천오백배 어렵다.

호주에서 영어 배웠던 것만 생각하고 독일에만 오면 언어가 그냥 알아서 늘 줄 알았던 것이 정말 대단한 착각이었다. 영어와 독일어를 배우는 것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미 배워서 오는 양'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ㅠㅠ 예를들면 take out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영어권 국가에서' 아 저렇게 얘기하는거구나'만 깨달아도 그 다음부터는 일상생활에서 들리는 단어가 부지기수로 늘어나는 반면에, mitnehmen이 뭔지 1도 모르면 앞에서 그 단어를 백번 얘기해도 누가 옆에서 그거 테이크아웃이야~ 라고 말해주지 않는 이상은 그 단어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차이점은 대안이 있다는 것. 독일어 말고 영어를 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언어 배우는데 엄청난 걸림돌이 된다. 일단 내가 못알아듣는거 같으면 내가 독일어를 써서 얘기를 해도 답변이 영어로 돌아온다. (외국인이 없는 뤼네부르크에 오고 나서는 거의 이런 경우가 없는데, 본에서는 거의 매번 그랬다) 못알아들어도 바디랭귀지로 설명할 일이 없기 때문에 한번 못알아들은건 그냥 영원히 모르는 단어로 남게되는 경우가 많다. ㅋㅋ 어학원에서 친구들을 만나도, 룸메이트가 생겨도, 대부분 제 1언어는 독일어가 아니고 영어가 된다. 흑흑


그래서 맨날 듣는 학원용 독일어 - 문법 설명이라든지, 단어 설명같은 것들 -는 한달정도 지나면 거의 다 이해하게 되고, 유튜브에서 비슷한 영상을 찾아봐도 이해가 되는 반면에, 도대체 일상생활에서 저 사람이 뭔 말을 하는건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들어 학원에서 배운 '영수증'이라는 단어는 Rechnung 하나인데, 마트 가면 bon? kassenbon? quittung? kassenzettel? 등 도대체 첨 들어보는 단어가 막 쏟아지니까 그 간단한 단어 하나에도 도대체 뭐라고 하시는 건가요를 물어봐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ㅠㅠ 그러면 영어로 receipt?해버리니까 내가 못알아들은 단어가 대체 원래 어떻게 생겨먹은 단어인지 알 수가 없다. ㅋㅋ

그나저나 이렇게 장을 봅니다.

3. 어학원에 대한 간단한 후기

잠깐 다녔던 어학원 및 트라이얼을 들어본 학원에 대해서 후기를 남기자면, 본에 있는 treffpunkt/ifs/kruezberg sprachinstitut 에서 다 시험강의를 들어보았는데, 첫번째 학원은 진짜 비추.. 주4일 수업에 한달 200인가 엄청 쌌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무리 a1 수업이라지만 이탈리안 선생님이 본인도 틀려가면서 독일어를 가르치더라.. -.-;; 가정집 방 한켠에서 공부하는데 그나마도 선생님이 왔다갔다 하면서 두 반을 한번에 담당하고 있었다. 두번째 학원은 트라이얼 갔을때 정원도 6명에 수업이 너무 좋아서 결정했는데 수업이 많고 선생님이 각자 다 달라서 복불복이었다. 나중에 결국 들어가게 된 반은 일주일에 2번 수업해주는 선생님은 정말 최고였는데 나머지 선생님들은 다 별로였음... 마지막 학원은 가장 비싸고 (한달 500유로 정도) 평가가 좋은 곳인데, 선생님도 수업을 잘하고 무엇보다 장학금 받아서 오는 석사생들이 거의 전부라 수업 분위기가 정말 좋고 애들이 자발적으로 독일어를 쓰는게 좋더라. 근데 반에서 나만 돈내고 다니는게 뭔가 억울해서 ㅋㅋ 그만두었다.


ifs에서의 독일어 수업 크크

지금은 뤼네부르크 로이파나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3주짜리 코스를 듣고 있는데, 내가 들어본 어떤 코스보다도 더 좋다. 따로 교재가 있는것도, 리스닝이나 스피킹을 따로 연습하는것도 아니지만 실력이 쑥쑥 늘어나는게 느껴진다. (1주일 들었음ㅋㅋ) 선생님이 여러 단어를 사용하고, 그 단어를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어원이나 느낌을 설명해주는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더라. 근데 이건 정말 '교수님'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친다고 생각하니까 나올 수 있는 퀄리티인거 같다. 아우스빌둥이나 직업을 구하러 온 사람들에게 학원 선생님이 해 줘야 하는 것들과 교수님이 대학생들에게 해줄수 있는것은 아무래도 좀 다르니까... 이게 끝나면 쾰른 VHS에 가서 수업을 들을 생각인데 나중에 후기를 남겨보겠다. 암튼 나처럼 왔다갔다하면서 다니면 장점은 한번씩 환기가 되고 자극이 된다는 것/ 단점은 교육기관마다 진도, 시작하는 날짜 등이 달라서 버릴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 실패할 경우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돈도 시간도 아꼈을텐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엔 뤼네부르크로 온 게 독일 온 후 최고의 선택이었으므로 앞으로 어떻게 되더라도 1도 후회가 없다. 후후



아참 팁을 남기자면 본인이 지금 작은 도시에 있는 경우 근처에 있는 큰 도시의 VHS를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본의 경우 본 VHS는 일주일 2번 코스밖에 없지만 쾰른에 가면 일주일 4번짜리 코스가 엄청 많고, 뤼네부르크도 마찬가지로 함부르크에 가면 일주일 5번코스가 제공된다. VHS는 해당 도시의 사설 어학원보다 대체로 싼 수준이다. 쾰른 VHS의 경우 한 레벨 다 마치는데 학생할인받아서 325불 냈다. 함부르크는 한달에 390유로정도였던것 같다. 뤼네부르크는 한 레벨을 두달이면 마치는데 일주일에 수업 두번만 있고 140유로인게 함정..! 도대체 어떻게 가르치길래 일주일 두번으로 다른곳 인텐시브코스처럼 진도를 나가는지 궁금하긴 하다. 뤼네부르크 최고야! 최고! 최고!


4. 지금 독일어 수준을 기록해보자

하여튼 그래서 독일에 온 지 3달, 독일에서 독일어 배운지 2달정도 된 나의 상태는... B1 수업을 들은지 1주정도 지났고, 빵집 가서 주문도 하고 계산도 하고 테이크아웃도 할 수 있지만 '이거 좀 데워줄까?' 하는 새로운 명령어가 추가되면 넋을 놓는 상황. ㅠㅠ  https://www.youtube.com/watch?v=Q_AUd_MJOHc 은 무리없이 알아듣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wvMCOqTn1lw 같은건 더 쉬워보여도.. 자막없으면 거의 못알아듣고 자막있어도 사람들이 빨리 말하면 어렵다.


내 생각에 영어처럼 독일어를 배우려면 C1까지는 한국에서 하고 와야 독일에서 1~2달만에 엄청나게 실력이 느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 같고, 그게 아니면 그냥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오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빨리 알아듣고 싶어도 한번에 문법을 배우는게 아니고 단계별로 가르쳐주는 문법이 달라서 본인의 엄청난 노력이없다면 남들 하는만큼 하게된다. 당연히! 독일에서 독일어를 배우는 것 만큼 독일어를 배우는 좋은 방법은 없겠지만,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처럼 그냥 쉬운것만은 아니라는 사실... :( 나처럼 일단 가면 가만히 있어도 늘겠지! 하다간 정말 큰일난다. 독일에 오고 나서 한 달 동안은 정말 과장이 아니고 영어랑 한국어로만 살았고 그게 가능했기 때문에.. ^^;;


내일 학교가야되는데 숙제하고 자야지. 음 귀찮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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