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감독 김연경’에게서 배우는 어른의 리더십

꼰대를 넘어 진정성으로 길을 묻다

by 건축가 김성훈

요즘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던 한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신인감독 김연경’이다. 배구를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도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스포츠 예능을 넘어, 삶과 리더십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프로에서 방출되거나 빛을 보지 못했던 ‘언더독’ 선수들을 모아, 세계 최고의 선수 김연경이 감독으로서 그들을 이끌고 프로팀들과 대결한다는 설정만으로도 드라마틱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작년 준우승팀과 통합 우승팀을 꺾는 ‘대반란’을 일으켰을 때의 전율은 아마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이러한 반전 드라마는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배구 역시 ‘원팀’이 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원팀’을 만드는 데 있어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신인감독 김연경 06.jpg 김연경 감독의 어른으로서의 리더쉽 그리고 원팀 원더독스 !

나 역시 건축가로서 내 역할을 생각할 때, 프랑스어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는 의미의 ‘chef de orchestre’를 떠올린다. 여러 전문 분야를 조율하고, 수많은 과정을 총괄하며, 하나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완성하는 일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악단 전체를 이끌어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건축가의 이러한 총괄적인 역할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중요성은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의 건축 작업 역시 결국 사람을 상대하고, 수많은 팀원들을 조율하며, 다양한 업체들과 협력해야 한다. 직원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 함께 나아가는 과정은 마치 치열한 스포츠 경기와도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건축 프로젝트의 성공은 결코 혼자 이루어낼 수 없으며,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는 ‘원팀’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기에 나는 김연경 감독의 리더십에서 우리 건축 분야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나 스스로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는다.

이러한 리더십의 중요성은 비단 건축 현장이나 회사 운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요즘 ‘영포티(Young Forty)’라 불리며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이 이야기될 때, 나는 과연 우리 기성세대가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는지 의문을 던져본다. 20-30세대 젊은 세대에게만 소통의 문제를 탓할 수 있을까? 나 자신부터 진정한 리더십의 모범을 보였는지 돌아볼 때, 나는 ‘신인감독 김연경’에게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핑계가 아니라 해답을 찾아라.”

“눈물은 아꼈다가 이기고 흘려라.”

“니가 해야지 임마!”

“루저가 되면 안 돼.”


신인감독 김연경 05.jpg 꾸짖음과 잔소리가 아닌, 진정성 있는 가르침은 울림이 있다.


어찌 보면 다소 거칠고 ‘꼰대’ 같다고 느낄 수 있는 말이지만,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신인감독 김연경’에게 열광했을까? 나는 바로 그녀의 ‘진정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그녀의 꾸짖음 속에서 비난이 아닌 ‘진정성 있는 방향성’을 느꼈다. 그들에게 애정 어린 질책과 함께 명확한 길을 제시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 김연경 감독의 모습은, 말 그대로 ‘일 잘하는 리더’이자 ‘진정한 어른’의 표본이다.


나는 직업상 20-30세대 젊은 세대와 많은 교류를 하면서 그들이 가진 잠재력과 뛰어난 능력에 감탄할 때가 많다. 내가 그 나이였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역량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통에 서툰 면도 있고, 개인주의 속에서 어른들의 ‘진정한 이끌림’을 기다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잔소리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진정한 리더일 것이다. ‘신인감독 김연경’이 많은 20-30세대 젊은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던 이유 역시, 단순히 성장하는 스토리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김연경 감독이 보여주었던 ‘진정성 있는 리더십’과 ‘어른으로서의 역할’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 역시 건축가이자 사업가, 그리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그리고 고3 딸들의 아빠라는 다양한 역할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럴 때마다 김연경 감독의 리더십은 큰 영감을 준다. 그녀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더욱 널리 확산시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때로는 직언이 필요하고, 때로는 단호함이 요구되는 것이 리더의 숙명일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의 바탕에 ‘진정성’이 있다면, ‘꼰대’라는 오해를 넘어 진정한 어른으로서 길을 제시하고, 젊은 세대와 함께 ‘즐거운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 글이 많은 기성세대들에게 우리 자신의 리더십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울림이 되기를 바란다. 동시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20-30세대 젊은 세대들에게는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 어른들도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길을 찾고 있다”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연경 감독처럼 책임감과 희망을 가지고 젊은 세대에게 길을 열어주는 진정한 어른이 되도록 우리 기성세대 역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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