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부터 공부하기로 맘먹었다.
내 나이 47살.
딸아이 표현으로 반백살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나는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사춘기 딸아이에게 너무 마음 쓰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기에는 나의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가 과소비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 공부로 자격증을 따서 남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
결혼 후 15년이란 세월 동안 90%의 삶을 전업주부로 살아오면서 심심치 않게 무시와 핀잔을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달 전쯤 친여동생 둘과 남편들 귀여운 조카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본인의 카드 명세서를 들이밀면서 생활비가 많이 나온다는 둥 자기는 여기서 사용하는 금액이 고작 얼마라는 둥 결국 나를 헤픈 여편네로 폄하하는 동시에 그런 생활비를 문제없이 공급하는 본인의 제력을 과시하는 아주 전략적이면서 비열한 말과 행동들을 했다.
나 또한 이것저것 뭘 많이 쓴 것도 없는데 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니 학원이나 과외를 하고 또 몰티즈도 한 마리 키우고 있으니 이 녀석 밥값, 간식비도 심심찮게 들고 식구들 다 같이 먹고 쓰고 입고한 돈인데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술 먹고 한 행동이라 본인은 잘 기억을 못 하는 척했지만 내 마음의 상처를 지울 순 없었다. 흡사 나 자신이 기생충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내가 더럽고 치사해서... 내가 돈을 벌고 만다. 진짜..'
평소에도 이런 생각들을 종종 했지만 이번에 이를 갈면서 다시 한번 그 다짐을 되뇌게 만들었다.
사실 내가 이런 마음을 먹은 건 오래전 일이다. 그리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딸아이가 4살 어린이집에 들어간 해에 나는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시작해서 다음 해에 최종 합격을 했다. 이제 나도 나의 자력으로 돈을 벌 수 있겠다 하는 기쁜 마음으로 동네 부동산에서 소속공인중개사로 월 100만 원을 받으면서 일을 시작했다. 어차피 이 바닥에서는 배우면 나간다는 국룰이 있기 때문에 그냥 열정페이만 받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난 좋았다. 나의 사업장에서 열정을 펼칠 기회가 올 테니까.
그리고! 호기롭게 오픈한 나의 부동산 사무실!
........ 은 경기침체와 코로나의 여파로 반년을 버티다가 문을 닫고 말았다.
그래서... 난 다시 집에 돌아와 전업주부의 자리에 앉았다.
난.. 사업이랑 어울리지 않은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남편은 괜찮다고 토닥여 주었다. 그럴 땐 또 고맙기도 했다.
원래 사람이 한 방향으로 쭉 나쁠 순 없다. 좋을 때도 있고 하다.
그러니까 긴 세월을 같이 살았지 않았겠는가.
앞으로 나는 공부를 해서 두 번째 전업주부 탈출을 시도하고자 한다.
그냥 공부해야지 마음만으로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나의 일정을 기록하고자 한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미지수이다. 나는 독한 사람도 똑똑한 사람도 아니다. 그리고 그동안 남편과의 잦은 음주로 인해 머릿속 세포가 많이 상해져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근자감으로 도전한다는 것은 모르기 때문에 무식해서 도전하는 것일 수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 공부할 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힘든데 미리 알았다면 도전했을까?
지금 도전하려고 하는 시험도 공인중개사처럼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이고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중요하게 명시하는 자격증이니 만큼 큰 난관이 예상된다. 심지어 3차 구술면접도 있어서 그 진입장벽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붙을 거라는 확신도 사실 반반이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 도전해 보련다.
그래서 나도 좀 폼나게 경제적 자립을 하고 싶다.
나도 좀 사회활동을 하면서 떵떵거리며 살고 싶다.
'글을 쓰고 보니 자존감이 낮은 어느 한 여자의 중얼거림이 참 애처롭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게 현재의 내 심정이고 모습이니까.
하지만 할 수 있다. 아자 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