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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겔다 Apr 08. 2024

13. 마무리

하루아침에 달라진 우리다. 

서로 증오하고 외면하고 무시해 오며 이혼을 얘기하던 우리가 

하루아침에 다시 잘해보자며 노력이란 것을 하고 있다. 


전에도 싸우고 난 후 냉전기를 갖고 서로 잘해보자며 다시 화해를 하는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또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다시 둘 사이는 냉랭해졌었다. 

이혼서류까지 작성한 이번엔 정말 이혼이라는 것이 우리 코앞에 다가왔었다는 사실을 둘 다 크게 인지해서인지 이번 기회는 정말 놓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둘 다 조심하고 노력하는 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그동안 남편을 대하던 모습이 있는데 서로 배려하고 조심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선 온화한 나로 변신을 해야 한다. 

남편도 마찬가지일터, 무뚝뚝하고 건조했던 말투가 조심스럽고 사근거리는 말투로 바뀌었다. 

적당히 서로 존대도 해가며 조심조심 서로를 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의견 대립이 또 생기고 순간 냉전기 말투가 불쑥 튀어나와버린다. 

그걸 남편도 예전의 모습처럼 받아치고.. 

그럼 또 그 순간은 얼음같이 차가운 냉기가 흐르게 된다. 


하지만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둘 다 사과를 한다. 

내가 화낸 거 미안해 라던지 

화난 거 아니야 그러니 오해마..라고 한다던지

둘 다 앞다투어 일단 사과부터 한다.


그러다 이젠 언성을 높이게 되는 일이 생겼을 때 미리 얘길 하게 된다.

화가 나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이해가 안돼서 기분이 언짢은데 그 부분은 설명을 해 달라고.. 

그렇게 일방적인 감정표현보다 소통을 통한 이해의 노력을 우선시하고 있다. 


싸움의 기술이 조금 생긴 것 같다. 

문제가 되는 상황이 오면 화가 나지만 일단은 내 맘부터 진정시켜 본다.

그런 후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이건 잘못된 거 같아.. 이건 이해해 줄 수 없어.. 등의 말들을.

그럼 남편도 그 부분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수긍한다. 

그렇게 싸움이 될 만한 상황들을 진정시키고 있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내가 실수를 해도 고운 말로 타이른다. 

과거.. 한숨을 쉬며 한심하다는 듯 찌푸리던 표정을 이젠 짓지 않는다. 

또한 대화를 회피하지도 않는다.

둘 사이에 많은 대화가 오가는 요즘이다. 


사실 앞서 언급했듯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서로를 대하던 우린 

이해와 배려를 앞세우며 조심스럽게 서로를 대하고 있다. 

싸우지 않아도 해결되는 순간이 대부분인데 그동안 우린 별것도 아닌 걸로 싸우고 토라지고 원망하고 있었다. 


서로 개선하기로 한 약속을 아직은 잘 지키고 있다. 

또 언젠가 찾아올 수도 있는 위기를 이젠 조금 현명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혼을 해야겠다 결심을 하고 내 복잡한 마음을 들여다보며 정말 이혼이 답일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 글이었다. 

이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고 글로서 내 마음을 마주하고, 객관적이지는 못했지만 우리 둘 사이의 문제와 이혼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고민해 보았다. 

남편의 행동을 곱씹어보며 그 행동이 과연 이해받지 못할 행동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우리 부부의 불화가 아이들이나 부모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상상해 보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원하느냐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이제 이혼밖엔 답이 없다고 생각했었고 그렇게 결심을 했었다. 

그렇지만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은 서로 노력하여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걸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이혼을 결심했던 우리 부부는 이제 행복을 결심했다. 

또다시 이혼을 떠올리는 순간이 올수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이 글을 보며 마음을 다잡을 생각이다. 


다시는 이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길 바라며 이 글의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그동안 보잘것없는 나의 글에 라이킷을 해주며 공감을 보내준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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