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노력 중이다.
다시 한번 손을 맞잡고,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 오해가 없도록 충분한 대화를 나눠보자고 약속했다.
그래서 노력 중이다.
먼저 말부터 조심하고 있다.
잔소리거리가 생겨도 일단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고 이러는 게 어때?라고 제안을 한다.
그럼 남편은 오케이!라고 하며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와 준다.
눈도 자주 바라보고 있다.
생각해 보니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하기보단 눈을 회피하며 불만만 쏟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서로 눈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게 참으로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고 서로 집안에서 지나칠 때도 눈을 보며 웃어준다.
대화가 없어도 눈이 마주치는 순간 뭔가 소통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 자주 안아주기도 한다.
늘 손을 잡고 다니고 안아주는 게 일상이었던 우리였는데
그마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정지되어 있었다.
설거지를 하고 있어도 안아주고 출근하면서도 서로 안아준다.
퇴근해서 만나도 안아주고 길을 걸을 땐 꼭 손도 잡는다.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간략한 문자로 대화를 이어오던 우리였지만 지금은 퇴근 후 집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회사 일부터 시작해서 아이들 얘기까지
그동안 혼자 생각하고 혼자 판단했던 것들을 이젠 의견을 묻고 내 의견을 얘기하며 서로 소통한다.
늘 싸늘함이 감돌았던 우리 사이에 대화가 오가니 싸늘함 보단 웃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같이 하는 일을 늘렸다.
같이 산책을 하고, 분리수거도 같이 하고 있다.
마트도, 아이들 학원 픽업도, 서로 시간이 맞으면 서로의 회사 중간 지점쯤에서 점심식사도 같이 한다.
가능한 한 시간을 맞춰 퇴근도 같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편은 술도 줄였다.
술약속이 있어도 적당히 마시고 집에 일찍 들어오고 있다.
늦은 밤 거실에서 혼자 티브이 보며 술 마시던 습관도 버리는 중이다.
허나..
우리가 이렇게 어색한 사이였던가..
어색하다.
다시 잘해보자 약속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은 서로 노력을 하고 있고
지금껏 반복되어 온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겠다는 의지가 서로 강해서 앞으로도 노력은 계속될 것 같은데 어색하다.
눈을 바라보는 것도, 서로 안아주는 것도, 대화하는 순간도
아직은 뭔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그만큼 서로 소통하지 않았던 기간이 길었고, 둘 사이에 놓였던 벽이 사라졌어도 그 벽의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노력을 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 믿고 있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서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다.
불안함도 있다. 서로의 목소리가 갑자기 굳어지거나 불쑥 잔소리가 튀어나오면 아! 다시 냉전의 순간으로 돌아가는 건가 하는 불안이 늘 존재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서로 의견 충돌이 있어도 잠시 침묵한 뒤 대화로 자신들의 생각을 얘기해서 오해가 없도록 푼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걸 둘 다 알고 있다.
불안 불안하지만 서로 노력하는 모습에 아직은 사랑이 조금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또 싸움의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서로의 모습을 보면 싸움의 순간이 와도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어색한 우리이지만 자연스러운 우리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