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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다 Apr 03. 2022

등단할 때까지 연재하겠습니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 20대의 고군분투 등단 분투기 연재 시작


소설가의 꿈을 가진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였다. 귀여운 스프링 노트에 빼곡히 연필로 판타지 소설을 창작하던 나날이었다. 소설을 한 두 페이지 쓰면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개연성도, 전개도 이상한 그 소설은 뭐가 그리 재미있다고 친구들은 빨리 더 연재하라며 나를 닦달하곤 했다. 쉬는시간은 당연하고 수업시간에도 몰래 소설을 썼을 정도였다. 창작하는 삶에 푹 빠져버린 거였다. 안타깝게도(?) 나는 푹 빠진 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도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로 가고, 입시도 결국 문예창작과가 있는 대학으로 가게 되었다. 이제는 어느덧 졸업 학년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소설을 쓴다고 말하면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물어본다. "어떤 소설을 써요? 로맨스, 추리, 판타지 그런 거요!" 장르소설을 쓰지 않는 나로서는 이 질문이 답하기가 가장 어렵다. 사람들에게 순수문학, 본격문학이라고 말하면 대부분은 잘 모른다. 그래서 부연설명으로 한강의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와 비슷한 결이라고 하는데, 말할 때마다 조금 부끄럽다. 내가 쓰는 글이 뭐라고 한강 작가님과 비교를 하나 싶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만한 소설을 대는 게 제일 좋으니까. 이건 나의 꿀팁 중 하나.


소설가, 시인, 평론가, 아동문학가 등 글을 쓰는 사람이 된다는 건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한국에는 '등단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크게는 두 가지 루트가 있는데 하나는 신춘문예, 하나는 문예지다. 신춘문예는 중앙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등 신문사를 필두로 한 공모전이다. 매년 말에 모두 우르르 나온다. 문예지는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창비, 문학과 지성사, 문학동네 등 여러 출판사에서 하는데 시기는 출판사마다 다르다. 5월달에 하는 경우도 있고, 9월달에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출판사마다의 공모전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일종의 '공모전'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혹자는 '자격증'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님께서 등단은 '자격증'이라며, 이 '자격증'을 가지고 사회에 나가야 내 글을 조금이라도 더 봐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운전면허증이 있다고 모두가 운전을 잘 하는 건 아니듯이, 등단을 했다고 글로 바로 먹고 살 수 있는 것 역시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투잡을 뛰고 있다. 전업작가로 살려면 강연이나 강의로 근근히 벌어 먹고 살아야 한다. 문학계가 돈을 못 버는 건 워낙에 유명한 얘기니까 여기서 말을 줄인다. 


2014년 기준으로는 신춘문예 전체 부문 응모수가 2,000여 개 정도이다. 지금도 더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절대로 줄어들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 신춘문예 경쟁률은 1000:1이라고 말은 하니까. 물론 이건 과장해서 말한 거지만 아무리 낮춰도 수백대 일의 경쟁률은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 한 명만 뽑으니까. 등단을 '자격증'으로 계속 비유를 했을 때, 돈만 주어도 '자격증'을 주는 곳이 있다. 종종 문예지에도 그런 곳이 있다. 내게 돈을 주는 게 아니라, 돈을 주어야 등단을 시켜준다는 곳. 그런 곳에서 등단을 해보아야 나중에 먹고 살기만 더 팍팍해진다. 그래서 어디에 내 소중한 글을 낼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은 출판하는 경로가 다양해졌다. 인터넷에서 퀄리티 좋은 글을 연재하다가 소설책을 내는 사람도 있고, (예를 들면 회색 인간. 회색 인간 책 너무 재미있다.) 독립출판물로 직접 자신의 소설이나 시를 선보이는 사람도 있다. 독립출판계에서 유명한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 직접 출판사에 컨택해서 투고하는 방법도 있다. 어떻게 '문학가'가 되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은 거 같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쓸지가 더 중요한 거지.


하지만 정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게 좋을 때도 있다. 이렇게 구구절절 등단에 대한 설명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등단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등단일기를 연재해보려고 한다.


가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엿보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엄청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었을 때이다. 대체 머릿속이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이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되는거지? 어떤 구조인지 해부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몇몇 있다. 나는 그렇게 번뜩이게 생겨먹은 뇌는 아니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쓸지를 아주 자세하게 써내려가보고 싶었다. 글을 쓸 때 어떤 고민이 있는지도. 사실 등단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내 마음의 고민을 배설할 장소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브런치는 꽤 적절하다. 여러분이 만약 소설가가 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나는 등단을 할 때까지 연재를 할 생각이다. 주 1회를 기본으로 한다. 이러다가 10년 동안 연재하지는 않겠지.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등단도 시험 준비를 하는 것처럼 아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맞다. 설렁설렁 글을 쓰다보면 되는 게 아니다. 온 힘을 다해서, 영혼을 다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꿈꿔왔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그정도의 각오는 다져야지. 


등단일기 연재,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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