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부엌
세 시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어제는 신호 문제로 출근하는 지하철 안 같더니, 오늘은 그보다 한산했던 7호선. 물론 자리는 없었지만. 집에 도착하니 애월이는 잠들어 있었다. 아빠가 열어준 싱크대 워터파크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는 그대로 곯아떨어졌다고. 이대로 쭉 자려나 싶다.
짧게 근무를 하면서부터 집밥을 더 잘해 먹게 된다. 오늘은 불고기를 할지, 참치 김치찌개를 끓일지 고민하다가 집에 있는 재료를 생각해 후자를 골랐다. 골마지가 낀 김장 김치를 물로 씻어내 썰고 설탕을 뿌렸다. 그 후 양파와 양념을 넣고, 표고버섯 우린 물을 넣고 푹푹 끓이는 중이다.
부엌이 평화롭다. 가만히 냉장고 문에 등을 기대고 앉아, 김치찌개 국물이 뜨겁게 보글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부엌 가득 퍼지는 김치찌개 냄새. 오늘 한 냉동밥을 두 개 꺼내 돌리고, 시원하고 쾌적한 에어컨 바람을 아래서 남편과 조용한 만찬을 즐긴다.
25.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