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강물처럼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1922)을 읽고

by 벨라

『싯다르타』(1922) <출판사 민음사/ 옮긴이 박병덕>


1부

바라문의 아들

16쪽 모두가 싯다르타를 사랑하였다. 모든 사람에게 그는 기쁨을 주었으며, 모든 사람에게 그는 즐거움의 원천이 되었다. 그렇지만 싯다르타 자신은 스스로에게는 기쁨을 주지 못하였으며 스스로에게는 즐거움의 원천이 되지도 못하였다.

20쪽 바로 자기 자신의 자아 속에 있는 근원적인 샘물을 찾아내어야만 하며, 바로 그것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사문들과 함께

37쪽 나는 ‘인간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위하여 오랜 시간 노력하였지만 아직도 그 일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어. 우리가 ‘배움’이라고 부른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고타마

55쪽 어느 누구에게도 해탈은 가르침을 통하여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세존이시여, 당신은, 당신이 깨달은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아무에게도 말이나 가르침으로 전달하여 주실 수도, 말하여 주실 수도 없습니다.

58쪽 자기 자신의 가장 내면적인 곳까지 뚫고 들어간 사람만이 그렇게 진실하게 바라보고 그렇게 걷는 거야. 좋다. 나도 나 자신의 가장 내면적이 곳까지 뚫고 들어가보도록 애써 볼 터이다.

깨달음

60쪽 내가 싯다르타라고 하는 이 수수께끼만큼 나를 그토록 많은 생각에 몰두하게 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나 자신에 대하여, 싯다르타에 대하여 가장 적게 알고 있지 않은가!’


2부

카말라

75쪽 외부의 명령이 아니라 오로지 그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이처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 그것은 좋은 일이었으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77쪽 ‘모든 것은 다시 돌아온다!’이것도 강으로부터 배운 것이지요.

87쪽 “나는 사색할 줄을 아오. 나는 기다릴 줄 아오. 나는 단식할 줄을 아오.”

92쪽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 사랑을 배워 보자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소.

어린애 같은 사람들 곁에서

96쪽 “사실상 사람 사는 실정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군요. 누구나 서로 주고 받는 것, 인생이란 그런 것이지요.”

100쪽 그가 살아가는 현재 생활의 가치와 의의는 카말라한테 있는 것이었지.

104쪽 그는 사람들이 어린아이나 짐승 같은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삶의 방식을 사랑하는 동시에 경멸하였다.

106쪽 어린애 같은 사람들이 날마다 하는 일이라는 것이 비록 유치하긴 하지만 그런 모든 일상적인 활동에 열성을 가지고 진심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처지라면 참 좋을 텐데하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109쪽 어린애 같은 사람들은 사랑을 할 수 있지.

윤회

112쪽 그의 영혼 대신 그의 감각들이 살아나게 되었는데, 그 감각들은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경험하였다.

114쪽 서서히 그는 부자들이 잘 걸리는 영혼의 병에 걸렸다.

116쪽 그 불안감을 사랑하였으며, 그는 언제나 그 불안감을 새롭게 살려 내려고 하였으며, 언제나 그 불안감을 고조시키려고 하였으며, 그 불안감이 주는 자극을 점점 더 높이려고 하였다. 왜냐하면 지겨울 정도로 물려 버린 미지근하고 맥빠진 자신의 삶에서 그러한 감정 속에라도 빠져야만 그나마 자신이 행복 같은 어떤 것, 도취 같은 어떤 것, 고양된 사람 같은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23쪽 유희야 말로 윤회라고 부른 것이다. 어린애들의 유희인 것이다. 아마도 한 번, 두 번, 열 번 정도는 애정을 지니고 놀아 볼 만한 유희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러나 계속하여 언제까지나 영원히 그 유희를 반복한다면 과연 어떨까?

강가에서

142쪽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몸소 맛본다는 것, 그건 좋은 일이야. 속세의 쾌락과 부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이미 어린시절에 배웠었지. 그 사실을 안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그것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군. 이제 나는 그 사실을 제대로 안 거야. 그 사실은 단지 기억력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나의 두 눈으로, 나의 가슴으로도, 나의 위로도 알게 되었어. 그것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로군!’

145쪽 싯다르타란 덧없는 존재이며, 형상을 지닌 것은 모조리 덧없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자기는, 이 새로운 싯다르타는 젊고 기쁨에 가득 찬 어린아이이다.

뱃사공

147쪽 이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 순간마다 새롭다!

155쪽 강에는 현재만이 있을 뿐, 과거라는 그림자도, 미래라는 그림자도 없다,

156쪽 인간이 그 시간이라는 것을 극복하는 즉시, 인간이 그 시간이라는 것을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즉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힘겨운 일과 모든 적대감이 제거되고 극복되는 것이 아닌가?

167쪽 부유하고 행복하였던 내가 지금은 훨씬 더 부유하고 훨씬 더 행복해졌습니다. 아들을 선물로 받았으니까요.

아들

173쪽 가르침을 받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소년들, 다른 소녀들과 어울리면서 그 아이의 세계에서 살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174쪽 스스로 삶을 영위하는 일, 그러한 삶으로 스스로를 더럽히는 일, 스스로 자신에게 죄업을 짊어지게 하는 일, 스스로 쓰디쓴 술을 마시는 일,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자 하는 일, 그런 일을 못 하게 누가 막을 수 있었습니까?

175쪽 설령 당신이 아들 대신 열 번을 죽어 준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그 아이의 운명을 눈곱만큼이라도 덜어 줄 수는 없을 겁니다.

180쪽 그 아이는 자기 스스로를 돌보고 있으며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거예요.

183쪽 그는 자기를 이 장소로까지 오게끔 내몰았던 욕망이 어리석은 욕망이라는 것을, 자기가 아들을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자기가 아들에 집착하고 애착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188쪽 의식, 즉 모든 생명의 단일성을 의식하는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194쪽 모두가 스스로의 목표를 향하고 있었고, 모두가 그 목표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모두가 고통 당하고 있었다.

197쪽 그의 상처에서 한창 꽃이 피어나고, 그의 고통이 빛을 발하고, 그의 자이가 그 단일성 앞으로 흘러 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고빈다

200쪽 그 사람은 오로지 항상 자기가 찾고자 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 그 목표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까닭이지요. 구한다는 것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찾아낸다는 것은 자유로운 상태, 열려 있는 상태, 아무 목표도 갖고 있지 않음을 뜻합니다.

204쪽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그러나 지혜를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205쪽 죄인의 내면에는 지금 그리고 오늘 이미 미래의 부처가 깃들어 있다,

208쪽 말이란 신비로운 참뜻을 훼손해 버리는 법일세.

211쪽 나에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하고 경탄하는 마음과 경외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213쪽 나는 그분의 우대성이 그분의 말씀, 그분의 사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행위, 그분의 삶에 있다고 생각해.

217쪽 싯다르타의 미소는 부처 고타마의 미소




내 삶은 강물처럼


우리는 살면서 종종 자기 자신이 가장 낯선 타인이 된다. 《싯다르타》를 읽으며 그의 모습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

싯다르타는 많은 스승을 만났다. 그중 가장 큰 스승은 '경험' 이었다. 부처 고타마도 자신의 경험을 직접 전해줄 수 없었고, 그 어떤 가르침도 진정한 깨달음이 될 수 없었다. 그는 오직 자신의 경험 속에서만 깨달음을 얻었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몸소 맛본다는 것, 그건 좋은 일이야. 속세의 쾌락과 부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이미 어린 시절에 배웠었지. 그 사실을 안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그것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군."

강물처럼 흐르는 내 삶 속에서 경험을 통해 관찰하고 생각하고 기다릴 때만 무언가가 들려온다. 지식은 누군가의 말씀으로 얻을 수 있지만, 지혜는 오직 몸으로, 가슴으로, 시간 속에서 우러나온다.

내 삶을 보잘것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불필요해 보이는 우회도, 고통스러운 시간도, 의미 없어 보이는 날들도 모두가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처럼 존재한다는 것은 현재에만 머물면서도 과거와 미래를 포용하는 것이다. 강물은 어제의 물이 아니지만, 강은 여전히 강이다. 나도 계속 변하겠지만, 모든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떤 일관성이, 어떤 본질이 흔들리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경험한 것들이 나를 데리고 가는 곳은 어디인가. 그것은 더 높은 어딘가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이다. 내가 지금 숨 쉬고 느끼고 있는 이 현재 속에서만 단일성은 빛난다.

나는 여전히 불완전하다. 하지만 이 불완전함도 내 깨달음의 일부라는 것을. 진정한 배움은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내 삶은 강물처럼 계속 흐르고 있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흘러가는 것 자체가 내 길이라는 것을 이제야 받아들인다.



순례자

헤르만 헤세


나는 항상 방랑의 길에 있었다

순례자였다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쁨도 슬픔도 흘러갔다

나는 방랑의

의미도, 목적도 알지 못한다

몇 천 번을 쓰러지고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다

아,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은

성스럽고 멀리 높은

하늘에 걸려 있었던

사랑의 별이었다

그러나 그 별을 안 지금은

목적을 알지 못하던 동안에는

마음 편히 걸어 갔고

기쁨과 행복을 가질 수 있었다

이미 늦었다

별은 돌아서 버리고

아침에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그렇게도 사랑하던

화려한 세상과 작별을 해야 한다

나는 목표를 읽어버렸으나

그래도 가야 할 나그네의 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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