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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남편 르와젤에게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를 읽고...

by 벨라

나의 남편 르와젤에게


당신에게 처음 써 보는 편지라 어색하군요.

무거운 진실을 어떻게 말할까 고민 고민하다가 이렇게 펜을 들어 진심을 담아 전해요.


얼마 전 샹젤리에서 산책하고 있을 때 쟌느를 만났어요. 당신도 잊지 않고 있을 이름이죠? 당황스러웠어요. 심장이 멎을 만큼. 순간 이젠 그만 홀가분해지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빚을 다 갚은 제가 자랑스럽기도 했구요.

변한 저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그녀를 급히 불러 세웠죠. 위장 깊숙이 소화되지 못한 음식을 토해내듯이 목걸이에 대한 진실을 그녀에게 말해 버렸어요.


르와젤! 르와젤!

쟌느의 목걸이는 고작 500프랑이 되지 않는 모조품이었더군요. 몸이 굳어졌죠. 그동안 고생했던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갔어요. 모조품 때문에 우리의 젊은 세월을 받쳤다니!

진실을 마주한 당신은 어떤가요?


사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죠. 전 세상에서 가장 돋보이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화려한 드레스와 값비싼 보석이 필요 했어요. 갖고 싶은 걸 갖지 못하는 제 삶은 늘 고통스러웠죠.


르와젤! 사랑하는 르와젤!

진심으로 제 실수로 만든 고통의 시간 속에 당신을 둬서 너무 미안해요. 정말 아리도록 미안해요.

처음부터 솔직히 쟌느에게 말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혹시나 도둑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용기 내지 못했어요. 상황를 덮으려고만 했어요.


다행히 저를 불쌍히 여긴 쟌느가 그 목걸이를 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고마운 일이죠?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에 한없이 눈물이 나더군요. 덕분에 우리의 10년 세월이 보상받은 듯 해 너무 기뻤어요.

물론 그녀에게 적어도 500프랑은 돌려줘야 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르와젤!

전 이젠 달라질꺼에요. 알고 보니 제 곁에는 당신이 늘 있었더라고요. 지난 10년은 돈을 갚기 위해 살았다면 우리 이젠 행복을 찾아 조금씩 나아가요. 매일 지친 일상이었지만, 당신이 함께라서 견딜 수 있었어요. 제게 원망 섞인 비난 한마디 하지 않고 굳건히 힘든 시간 함께 해줘서, 다시 한번 너무나 고마워요.

앞으로 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당신이에요.

사랑해요.

열매가 여물어가는 가을날에

진심을 담아 당신의 마틸다가


추신 : 쟌느가 예쁘고 앙증맞은 어린아이와 함께 산책했던 모습이 계속 눈앞에 아른아른해요.

우리도 늦었지만, 아이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목걸이>는 프랑스의 작가 기 드 모파상이 1884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입니다.

줄거리 : 주인공 마틸다는 아름답지만 가난한 하급 공무원의 아내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불만스러워하며, 상류 사회의 화려한 삶을 동경합니다.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은 장관 부부가 주최하는 파티 초대장을 구해옵니다. 마틸다는 파티에 입고 갈 멋진 드레스와 보석이 없어 고민하던 중, 친구 쟌느에게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립니다.
파티에서 마틸다는 아름다움과 우아함으로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후, 그녀는 빌린 목걸이를 잃어버린 것을 알고 절망합니다. 마틸다는 남편과 함께 목걸이를 찾아보지만 허사였고, 결국 같은 모양의 새 목걸이를 사서 쟌느에게 돌려줍니다.
새 목걸이를 사기 위해 마틸다 부부는 엄청난 빚을 지게 되고, 10년 동안 힘든 노동에 시달립니다. 빚을 모두 갚은 후, 마틸다는 우연히 쟌느를 만나게 됩니다. 쟌느는 마틸다에게 빌려줬던 목걸이는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마틸다는 자신의 허영심 때문에 10년 동안 고생한 것을 후회하며 허탈감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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