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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보름달 Jun 12. 2024

벨라와 맥스에게서 받은 사랑의 감동

영화 '노팅힐'

퇴근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아니다, 그냥 해야 하는 공부와 업무들을 하고 싶지 않을 뿐. 그래서 그 상태로 소파에 누워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오래된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은 여김 없이 '노팅힐'을 선택하게 되었다.



예전, 노팅힐을 봤을 때는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눈길을 갔다. 어릴 적 처음 이 영화를 보곤 한동안 좋아하는 배우는 휴그랜트이기도 했을 정도로, 나이 들어 눈가에 자연스러운 주름이 있고 눈웃음이 예쁜 남자를 좋아했다. 그리고 평범한 이혼남과 유명한 여배우의 생각지 못한 로맨스는 주인공의 소재로 완벽했다.



하지만 오늘 영화 노팅힐을 보니, 다른 사랑에 눈이 갔다. 바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여자 벨라와 요리실력은 영 꽝인 남자 맥스의 사랑이야기.



출처 : 노팅힐


18개월 전 우연한 사고로 벨라는 휠체어를 타야만 했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그녀이지만 그녀 곁에는 항상 남편 맥스가 있었다. 머리가 벗겨져서 영 나의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왜 영화를 보고 나니 그가 멋져 보이는 걸까.



영화 중반부에,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을 잊지 못한 윌리엄 태커(휴그랜트)에게 벨라와 맥스 부부는 집에 초대해서 소개팅을 해주었다. 그리고 밤이 늦어 태커는 친구부부 집에 자고 가기로 했다.  태커에게 '굿나잇'을 외치고 2층 침실로 올라가던 친구 부부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걷지 못하는 그녀를 품에 안고 웃으면서 올라가던 부부. 만약 내가, 그리고 배우자가 몸이 불편한 상태가 되더라도 우리는 저렇게 웃으면서 일상을 보낼 수 있을까.



출처 : 노팅힐


노팅힐의 명장면, 태커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스콧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서 찾아가는 길. 그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차에 자리가 없어서 타지 못했던 벨라가 꼭 같이 가야 한다며, 친구에게 차 뒤로 가라고 말하면서 휠체어에 앉아있던 벨라를 바로 안아 차에 태우는 맥스. 급한 상황에서도 아내를 챙기는 모습은 정말 찐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이미 머릿속, 그리고 마음속에 깊이 박혀있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지 않았을까 싶다.



출처 : 노팅힐


노팅힐의 주인공들처럼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사랑도 참 멋있다. 그래서 나도 우연히 찾아오는 영화 같은 사랑을 꿈꿔왔다. 하지만 이젠 나도 나이가 드는 걸까. 어릴 때부터 함께 해왔던 벨라와 맥스의 결혼. 그리고 몸이 불편하더라도, 요리가 형편없더라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 둘이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지는 그런 사랑. 그런 사랑도 예뻐 보인다.



첫 회사에 입사해서 같은 팀 동료로 만난 현재 나의 짝꿍 남편. 그렇게 알게 된 지 9년이 지나 10년 차가 되어 이젠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아니, 어쩌면 꼭 필요한 존재가 된 것 같다. 마치 벨라와 맥스처럼. 시작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우연히 마주쳐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지만, 이 사랑을 계속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건 바로 벨라와 맥스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오늘도 어김없이 야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나의 짝꿍이 집에 오면 꼭 포옹하며 "사랑해"를 외쳐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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