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친구 사귀기, 가능할까?

절대적으로 중요한 회사에서의 인간관계: 수평관계(동료)

by Gemtree
퇴사율 1위 '사람', 회사를 계속 다니게 하는 힘도 '사람'

일은 좋아도 그 구역의 사이코를 만나 고민 끝에 퇴사하는 경우도 많고
일이 너무 힘든데도 사람들이 좋아서 계속 잘 다니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쪽을 다 겪어봤지만, 일보다 사람이 안 맞으면 더 힘들다는 것에 공감한다. 어딜 가나 일은 힘들지만, 일에는 분명 끝이 있는데 사람이 안 맞으면 끝이 없기 때문에(...) 정말 회사 다니기 힘들다.(그 사람이 퇴사하거나 내가 퇴사하거나)

일에 있어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나 갈등, 시련은 과정상 언제든지 겪을 수도 있으며, 약간의 '반 꼰대'스러운 마인드로 본다면 성장과 내공이 쌓이는 자양분이 되어주는 '필요악'의 역할도 한다. 어떻게 극복했는지, 극복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점도 있고 더 단단해지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면 성장의 터닝포인트로 생각되는 시련의 순간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 너무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신체적, 심리적 문제가 있을 정도로 힘들다면 그만두어야 함이 맞다)

여하튼 일보다 사람 문제는 더 버겁고 힘들다. 괜히 직장 내 괴롭힘, 가스라이팅, 상사와의 갈등, 이상한 동료 등 고민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일을 제외한, 회사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다.




회사 생활은 늘 챌린지가 주어지고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로 힘들고 어렵다. 이런 '전쟁터'에서의 낙이자 오아시스로는 마음 맞는 동료도 한 자리 차지한다. 특히 신입으로 입사했다면 더더욱 낯설고 어려운 회사 생활일 텐데 '입사 동기'들은 큰 의지가 된다. 함께 어울려서 사수에게, 또는 상사에게 물어보지 못할 것들도 물어보기도 하고 점심시간의 낙을 즐기기도 하며, 퇴근길 술 한 잔, 그리고 더 끈끈해진다면 연차를 내거나 주말 중에 다 같이 놀러 가기도 한다. 지금이야 채용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공채가 많이 축소되고 있고 신입의 경우도 수시 채용이 많아지면서 예전처럼 '입사 동기'가 많이 없어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단 한 명이라도 마음 맞는 입사 동기, 같은 팀원, 동료가 있다면 회사에서 안정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회사를 다니게 하는 또 하나의 힘이 되는 데 장담한다.

마음 맞는 동료와 친구인 듯 회사 사람인 듯 지내는 사람도 있다면, 다른 한 편에 이런 시선도 존재한다. 회사는 동아리와 같은 친목 모임이 아니며 일하려고 모인 공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회사 사람들과는 예의 있게만 대하되, 적당히 분위기를 맞출 정도로의 스몰톡 이외의 사적인 얘기들을 오픈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즉, 남에게 민폐 되지 않을 정도로 내 일 잘하고 회사 사람들과는 적당히 사회성 있을 정도로만 공적인 관계로서의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퇴근 후에는 내 사적인 관계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 '선'을 침범하는 회사 사람이 있다면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도 한다. 둘 중 어느 말이 맞는 걸까? 회사에서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불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사에서도 친구를 사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회사 안에서 친구를 만드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왜냐면 회사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회사 안 사람들과 가장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할은 가족도, 옛 친구들도 해줄 수 없는 역할이다.

회사 사람들은 지금 돌아가는 회사 상황이나 이슈, (심심찮게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거나 등장인물이 될 수 있는) 사내 주변 사람들, 업무 상 공감되는 빡침포인트(!), 지금 나의 어려움이나 고충 등 대화를 나누기에 배경지식이 이미 충분한 사람들이라 '아'하면 '어'할 수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회사에서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한 일이 있어서 멘탈이 약해져 있을 때, 누군가라도 붙잡고 하소연을 하고 싶은 순간을 생각해 보자. 연락처를 찾다가 업계도 다른 대학 동창이나, 고등학교 동창이나 아니면 동호회에서 만난 친한 지인에게 얘기한다고 상상해 보자. 그 배경을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가 너무 길어지고 방대해져서 말을 삼킨 적도 많을 테다. 이미 많이 들어서 그런 배경지식들을 모두 알고 있는 최측근이더라도 회사 얘기를 시시콜콜 털어놓기도 애매할 때가 많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쨌든 거리감이 있는 이야기다 보니 완전히 공감을 해주기도 어렵다. 이렇다 보면 누구 하나에게 털어놓을 데가 없어서 마음의 병, 울화병으로 생기는 경우도 많다. 꼭 정서적 안정감의 효과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회사 안의 친밀한 네트워크들은 일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협업이나 도움을 받아야 할 때 더 매끄러운 윤활유가 되어주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그럼 아까의 입장은 틀린 말일까? 회사에서는 공적인 관계로서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
맞는 말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의 문제일 뿐. 회사에서 친구를 사귀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되며, 불필요한 인간관계라 생각이 들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에게 왜 굳이 다가가겠는가? 그런데 미리 시작부터 공적인 관계라는 정의에 얽매여 마음의 벽을 세우고 가시를 세우고 있다면 나중에 친구가 될지도 모를 소중한 인연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나 역시도 한 때 직장 내 인간관계의 적당한 거리감이 무엇일지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아니다 싶은 사람에게는 선을 잘 긋지만 (심지어 좋은 척하는 가면도 잘 못 쓴다) 반대로 나와 결이 맞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대형견 같이 구는 면이 있어서 회사에서는 자제해야 할까? 고민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다가가고 싶은데 눈치를 봤던 사람들도 막상 나중에 친해진 후 얘기하다 보니 '경력직이라 회사에서 친한 사람도 없고 쓸쓸하고 외로웠는데 친구와도 같은 관계가 되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소중한 인연을 만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꽤 많은 회사 사람들이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막상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서 오히려 반가워하는구나, 먼저 다가가면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구나 싶은 확신이 들기도 했다.


고민은 이후 우연히 참가했던 북토크에서 말끔히 해소되었다. 장인성 님 (前 배달의민족 CBO) 이 저자로 진행했었던 북토크였는데, Q&A 세션 중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관련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변하셨던 것 같다.


동료에서 친구가 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같은 팀원이라면 같은 회사, 비슷한 직무를 지원해서 온 사람인데 당연히 잘 맞을 가능성도 높죠. 그런데 협업이 잘돼서 친밀감도 생기고 말도 잘 통하고 마음이 잘 맞아서 우리 회사, 우리 팀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해피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회사가 너무 경쟁적인 환경이거나 사람이 안 맞는다는 것이죠.


그 당시 딱 그런 고민을 하던 차였어서 나 홀로 쾌감을 느낀 답변이었다. 위안도 많이 되었었다. '내가 이상하고 특이한 사람은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 그리고 지금 이대로 계속 회사 사람들과 친구가 되면서 다녀도 괜찮겠구나 하는 자기 확신까지.


물론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당연히 적당한 거리감이나 선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 막역한 사이여도 선은 중요하다. 가정사나 인생 가치관, 경제관념, 종교, 정치적 성향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가족 관계이더라도 미묘한 선이 존재하지 않은가? 어떤 이야기들은 회사 밖의 사람들과 나누기 적합하며, 회사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회사 안 사람들과 나누기 적합하다. 그리고 나 또한 몇 번 대화해 보고 잘 안 맞는 사람이구나, 혹은 나와 가까워지고 싶지 않구나를 느끼면 굳이 사적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그냥 회사에서의 깔끔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뿐.


모든 관계가 그렇듯, 회사 얘기에서 시작해서 서서히 마음이 잘 맞고 스며들게 되면 사적인 이야기들도 나누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만난 '친구'관계가 되는 것 같다.

퇴사하거나 이직했을 때도 이어지는 진심 어린 '친구'의 관계는 이후 서로 노력하기에 따라 달렸긴 하지만. 어렸을 때 동네 친구를 비롯해 회사 밖에서 만난 사적 관계라도 할지라도 그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계속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이기도 하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회사 사람이라고 해서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벽을 세우지 말란 말을 하고 싶다.
직책이나 직급을 떠나서 그들도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같고,
사람 마음도 다들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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