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 생각보다 괜찮다

회사에서 가면을 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이유

by Gemtree

살면서 누구나 여러 가지의 '나'로 살아가게 되는데 친구들 속에서 '나'도 친함의 정도에 따라 모습이 다르고 가족들 속에서도 다르다.

동호회에서, 스터디에서, 회사에서 모두 조금씩 다른 '나'로 살아간다.

회사에서도 직책이 올라갈 때마다 또 달라진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도 하지 않는가. 회사 안에서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또 그것이 결국 사회생활인 셈이다.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누구나 사회생활을 위한 적당한 가면을 쓰고 있다. 일로서 엮인 관계라 사적인 얘기들을 자제해야 하고 적당히 숨겨야 하는 점도 있고, ‘프로’로서의 적합한 태도와 말투 등등.

게다가 계급이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세계라, 윗사람-혹은 동료나 아랫사람이라 하더라도-100% 순도 높은 진심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여느 다른 사회와 마찬가지로 적당한 사회생활을 위해 적당히 숨겨야 하는 진심과 적당히 포장해야 하는 가식이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곳.

‘yes’ 또는 침묵은 절대 선인가?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NO’거나 불편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솔직함은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나는 겉과 속이 투명한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생각나는 대로 모든 것을 내뱉지는 않지만, 싫은데 좋다고 하고, 빈말 자체를 못하는 성격이기도 한다.

약점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 꼭 말로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애초에 표정 관리를 선천적으로 잘 못한다.

포커페이스나 속을 모르겠는 사람이 아니며, 어떻게 보면 순진하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한, 솔직하고 직설적인 사람에 가깝다.

다행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성격이 크게 장애가 된 적은 없다.

또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은 꽤 많았다. 동족끼리 잘 알아본다고, 회사에서 가까워진 동료-그리고 나중엔 친구가 되어서 회사 밖에서 만나는 친구들-또한 나와 같은 부류가 많았다.

늘 예쁘게 말하고 속 얘기를 잘하지 않는, 어찌 보면 ’저렇게 회사생활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사람들과 표면적으로 잘 지내지만 ’ 친구‘는 될 수 없었다.


내가 솔직함을 옹호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회사 내 인간관계의 윤활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동료 이상의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적당한 솔직함은 필수다.

사람들이 가까워지는 조건에는 반드시 자기 개방성이 필요하다. 먼저 나에 대해서 오픈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상대방도 오픈하고. 적당히 양쪽이 비슷한 수준으로 오픈하게 되면 서서히 가까워질 수 있다. 업무적인 고충이나 고민, 가치관을 오픈하면서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가 일 외에 관심사나 취미, 인간관계 등 사적인 영역들까지 오픈해나가면서 친구가 되는 경우가 흔했다. 사실 내 경우엔 관계 초반부터 사생활을 어느 정도 오픈하는 데는 거부감이 없는 편인데 (다행히 내 사생활은 친구 만나기, 맛집 가기, 공연 전시 등 문화생활하기 등 오픈해도 뭣이 문젠디?하는 부분일 뿐) 또래거나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경우는 이걸로도 참 쉽게 친해진다.

물론 인간관계의 골든룰인 정치, 종교, 가정사, 연애사 등은 화제로 삼은 적은 없다.

사실 사생활 오픈을 아예 안 한다고 가정하면, 일 얘기 아니면 날씨 얘기, 최근 이슈나 가십 얘기라 가까워지는 데 한계가 있는 주제들이다.

적당한 스몰토크, 사회성이나 친화력을 발휘할 때는 정말 유용한 기능이다. 만약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 또는 상사가 자녀가 있다면? 자녀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부분은 그 사람과 경계심을 확 허무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꼭 친구가 되지 않더라도 늘 협업과 사람들 간의 부대낌이 있는 회사에서는 적당한 스몰토크와 개방성은 편하고 즐거운 회사생활을 위해서도 장착해야 하는 무기일 수밖에 없다.

몇 번 안면도 트고 가벼운 사적인 얘기들도 해보고, 연락하기 편한 관계가 된다면, 업무 요청, 협조 요청, 또 같이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일적인 부분에서도 그 난이도가 감히 말하건대, 몇 배는 쉬워질 수 있으니까. 어려운 관계에서 3-4번 메일 보내고 미팅해야 할 일을 메신저 한 번, 전화 한 번으로도 끝내 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일적인 맥락에서 다른 장점을 말하면, 업무 프로세스나 시스템 상의 문제, 또는 거시적으로 조직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 때, ‘어차피 안 되겠지’하며 입 다물기보다 기회가 있을 때 어느 정도 솔직하게 의견을 말하면 상황이 개선되기도 한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 문제나 일 자체의 문제를 넘어 그 조직상, 시스템상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


누군가 의견과 문제점을 꼬집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결되지도 않고, 더 심하게 말하면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못 본 체하거나 가까운 동료들끼리 험담, 외면으로는 상황이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가 ‘문제’를 말했을 때 수용되느냐 마느냐에 대한 문제는 조직문화나 상사, 조직원들의 의지나 생각에 따라 너무 달라지겠지만, 조직이 어느 정도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환경 또는 당신의 상사가 조금이라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예 입을 닫고 있는 것보다는 불편하고 쓴 말이라도 말하면 좋다.

말해봤자 아무 것도 변화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스트레스는 풀린다. 속에 담아둔 말, 문제를 상위자에게 토해낸 것 자체만 하더라도 무언가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이제 그 문제는 내 손을 떠난 셈도 되어 후련하기까지 하다.


개인적인 커리어 관리 차원에서도 솔직함은 필요하다. 혼자서만 끙끙 고민하는 것보다는 가끔은 선배, 상사에게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말을 하지 않으면 전부 다 알 수 없다.

현재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 이직 또는 퇴사, 나아가 창업 등 자신의 커리어 고민에 대해서 대화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이 너무 도를 지나친 하소연이나 불평의 뉘앙스가 아니라면, 진지하게 얘기해 보는 것도 좋다. 사실 상사에게 그런 얘기를 오히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민이 있을 때 솔직한 조언도 들을 수 있고, 상사는 팀 내 R&R 조정이나, 다른 팀으로의 이동, 신규 프로젝트 투입 등 실질적인 변화를, 솔루션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저 아무 말도, 아무 낌새도 보이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99% 퇴사 통보겠거니 하는 직감이 들게 하는 멘트다)라고 하면 팀 리더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기도 하다.

‘퇴사’라는 최종 선택지 이전에 현재 조직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안타까워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어차피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이직이 자연스러워진 세상에서,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커리어를 쌓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숨기기보단 드러내야 서로 해피해지기 때문에 적극 권장한다.


‘무례‘의 선을 넘지 않는 적당한 솔직함,
회사생활의 난이도를 낮추는 뜻밖의 무기가 되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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