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나로 Mar 10. 2023

[퇴사일기 10] 책임은 내가 진다

회사 잘 다니던 서비스 기획자의 퇴사일기 10편

퇴사하고 수입이 끊겼다. 내 커리어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꾸준히 수입을 얻거나 커리어를 쌓아갈 대비를 충분히 하고 퇴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단단히 준비했더라면 아마 퇴사하지 못했을 것 같다. 준비는 아무리 해도 모자라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 그만둬야만 하는 이유들이 충분하다면 그만두는 게 맞다. 회사 밖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힘과 회사가 나를 밀어내는 힘이 이렇게나 강한데 그걸 버텼던 나도 대단하다.


나는 내 속도와 방향으로 배를 몰기로 했다. 나는 내 시대를 살아가기로 했다. 내 배가 얼마나 뒤집히든, 내 시대가 얼마나 어둡든 괜찮다. 배가 뒤집혀 봐야 균형 잡는 법도 아는 거고, 어두울수록 스스로와 주변을 더 섬세하게 챙길 수 있다.


내 길의 끝에 무조건 찬란하고 풍요로운 장면이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항상 배부르고 따뜻한 것에 만족할 수만은 없다. 회사 안에서도 늘 만족스럽진 않았다. 누군가와 계속해서 비교하는 삶을 산다면, 도전하지 않는 삶을 산다면 언제나 아쉬울 수밖에 없다. 아쉬울 게 없다는 사람이 대다수일지라도 나는 아쉬웠다. 이제 나는 그 아쉬움조차 떨쳐내려고 한다. 나한테 필요한 만큼만 일하고, 벌고, 쓰는 연습을 시도하고 있다. 내 삶에 기준이 있어야 아쉬움도 없고,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커진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들에게 맞춰주는 건 그만하기로 했다. 사람은 이기적이라 자기한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면 알아서 잘해주게 돼있다. 금전적으로 이득을 보는 관계는 당연하고, 어울릴 때 멘털 소모가 덜하고 오히려 기운을 얻는 관계도 그렇다. 내가 필요한 사람들은 나를 먼저 찾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좀 안 맞는 사람이면, 맞출 필요도 없이 그냥 다른 채로 살아가면 된다.


잘못되면 뭐 얼마나 잘못되겠어?라는 생각으로 뻔뻔하게 살자. 어차피 나는 스스로 가라앉지 않도록 계속해서 발장구 치는 사람이고, 가라앉더라도 잘 올라올 자신이 있다. 내가 얼마나 잘못되든, 잘되든 어차피 책임은 내가 지는 거라면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하기 싫은 건 안 해보고 싶다.


이제 하고 싶은 거 다 해볼 거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가는지에 따라서 내 미래가 바뀔 수 있다면 과연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이전 09화 [퇴사일기 9]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