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9]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까
회사 잘 다니던 서비스 기획자의 퇴사일기 9편
회사 밖에서 벌어먹고 살려고 하다 보니 나만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고, 성과를 낸 만큼 보상을 받으려면 나만의 일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기준은 나만의 견적서를 만들면서 세우게 됐다. 나는 필요한 만큼만 일하자고 생각했고, 거기서 좀 더 벌면 여유가 생겨서 좋겠다고 판단했다. 내가 필요한 게 대체 뭔지 구체화하는 게 참 어려웠다. 그래서 첫 번째로는 가장 현실적인 ‘지출’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우선 나의 월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가계부를 쓴 덕분에 가늠하기 쉬웠다. 이렇게 나의 한 달 예상 지출을 계산한다. 그다음엔 월 희망 수입을 계산한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보다 연봉을 얼마나 올리고 싶은지 생각한 후, 12로 나눠서 적는다. 여기서는 스스로의 작업 수행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게 필요하다. 돈을 벌고자 하는 나의 실력이 동종업계의 몇 년 차 직장인과 비슷한 수준인지 가늠해서 그 테이블에 맞추는 방법도 있고, 크몽이나 위시켓 같은 외주 플랫폼에서 견적을 비교해 보는 방법도 있다.
나의 월 희망 수입(C)그다음엔 나의 월 근로시간을 정한다. 한 달에 몇 시간이나 일할지 생각해 본다. 프리랜서는 법정 최소 근무시간도 없고, 유급휴가도 없다. 어느 정도 일하는 게 나에게 적합한지 현실적으로 생각한다. 가령 월경통이 너무 심한데 아프면서까지 일하고 싶지 않다면 매달 4일 정도는 근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근로시간을 계산한다.
나는 이 일로 하루에 6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주 30시간 근무를 하기로 했다.
나의 월 근로시간(D)여기까지 계산하면 스스로에 대한 비용지출과 시간사용에 대한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이만해도 좋지만, 나는 위의 계산방법으로 돈을 벌기로 결정했기에 내 시급을 계산한다. 내가 프리랜서로 활동하려는 서비스기획자는 외주 단가를 매길 때 작업당 시간 단위로 총견적을 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시급은 이렇게 계산한다.
위는 내가 서비스 기획자로 일을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생각하는 내 시급이다. 노동에 비례해서 돈을 버는 일을 한다고 할 때, 그 보상이 어느 정도 가성비가 있는지는 내가 계산한 시급을 기준으로 생각한다. 사람마다 계산한 시급이 다를 테니, 보상이 같아도 받는 사람마다 가성비의 차이는 있다.
시급보다 낮은 보상을 받게 될 상황도 있겠지만, 나는 서비스 기획으로 외주를 받는다면 내가 계산한 시급 이하로는 비용측정을 절대 하지 않기로 했다. 서비스 기획이 아닌 다른 능력으로 외주를 받는다면 시급 이하의 견적이 나올 수도 있지만, 나는 내 기준을 지킨다.
프리랜서에게 일이 매번 있을 수는 없다. 일이 너무 많을 때도 있고, 일이 너무 적을 때도 있다. 만약 일이 적어서 소득이 적다면 내가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만한 사람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한 가지 일만 하면서 돈을 버는 장인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한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다능인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됐든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일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면 계속하고, 힘들면 덜어낸다.
직업은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꼭 장인이 될 필요도 없고, 다능인이 될 필요도 없다. 내 꿈과 행복의 기준에 맞춰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 나는 장인보다는 다능인 쪽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래서 이왕 프리랜서로서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게 된 김에 다른 일도 적극적으로 같이 하고 있다. 예전부터 늘 하고 싶었던 글쓰기로 돈 벌기 위해 작법을 공부하며 내 작품을 쓰는 시간을 갖고 있다. 칵테일 만드는 법도 배우고 있다. 댄스 레슨도 나간다. 뭐든지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 일로 먹고살면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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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Why some of us don't have one true calling | Emilie Wapn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