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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로 Mar 02. 2023

[퇴사일기 7]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뭘까

회사 잘 다니던 서비스 기획자의 퇴사일기 7편

회사를 다니며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해 왔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나는 어렸을 때 뭘 하고 싶었는지 문득 궁금해져서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조회해 보기도 했다. 5학년 때는 디자이너, 6학년 때는 외교관이라고 썼다. 디자이너는 멋있어 보여서 썼던 것 같고, 외교관부터는 엄마의 입김이 닿은 것 같다. 당시 반기문 위인전이 인기였다.


나는 멋있는 일을 하고 싶은 걸까? 멋있는 일이란 게 뭘까. 돈을 많이 벌면 멋있을까?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지면 멋있는 걸까? 돈을 많이 벌면 좋긴 하겠지만 나는 그다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갖고 싶지는 않다. 부러움이란 어떤 대상과 대상을 비교하며 생기는 감정이고, 나는 누군가와 비교되는 위치에 있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과 향기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게 좋은지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 누군가의 우위에 서거나, 누군가를 위해 그의 재료가 되는 일은 내게는 참 별로다.


내 일이라는 건 내가 하는 만큼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일일까? 나는 그런 공평한 삶을 바라지 않는다. 하는 것보다 더 많이 얻을 수도 있으면 좋겠다. 물론 회사 안에서는 내가 일하는 만큼 보상을 받진 못했다. 회사 안에서 하던 일을 회사 밖에서 한다면 더 많은 보상을 받고 움직이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는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찾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스스로를 얼마나 정의했는지 모른다. ‘나 사전’을 만들면 작성할 당시에는 한창 고민 중인 결정들을 처리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긴 하지만, ‘나 사전’의 여러 버전들을 돌이켜보면 그 내용이 항상 같진 않았다. 나는 어떨 때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했지만,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스트레스일 때도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정의하는 건 일시적으로 상황을 객관화하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확고하게 대자보를 붙이는 건 조금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써 내려가다가 문득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싶지 않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배운 걸 믿었을까? 왜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면 안 될까?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으면, 안 하고 싶은 일을 안 하면 되지 않을까? 하기 싫은 일도 해야 밥 벌어먹고살 수 있는 거라면 나는 좀 굶어도 될 것 같다. 쫄쫄 굶다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회사를 그만뒀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정확히 뭔지는 모른다. 내 선택이 진짜 확실한 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내가 하기 싫은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회사를 계속 다녔더라면 ‘하기 싫은 일도 참고 해야지’ 라며 머리 아픈 고민을 계속했을 것 같다. 내 선택이 틀렸다는 소리만 계속 들었을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둬도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질문이 틀렸다는 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


내 일은 내가 이제부터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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