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나로 Mar 02. 2023

[퇴사일기 5] 민감한 사람은 조직생활이 힘들다

회사 잘 다니던 서비스 기획자의 퇴사일기 5편

이 회사에 오기 전까지는 내가 민감한 사람인 줄 스스로 모르고 있었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좋아하는 외향적인 사람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과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지만 나만의 시간과 영역을 보장받아야만 편안한 느낌이 든다. 같은 공간에 타인과 늘 함께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인간관계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내가 경험한 불편하고 싫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하면 타인이 불편해할까 봐 정말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나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다른 사람이 상처받을까 봐 꽤 조심하는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반응이 느리고 부자연스러울 때가 많다.


내가 회사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엄청 외향적이었다. 그리고 덜 민감한 사람들이었다. 다들 사담하는 걸 좋아해서 자주 모여서 이야기했는데, 대화의 분위기는 대화할 당시에는 자리에 없지만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의 유형이나 직업에 대한 분노, 동정, 시혜적인 시선으로 이루어졌다. ‘저 사람이 지금 한 말을 들으면 누군가는 상처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랐다.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도 못하는데 상대방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상대의 앞날을 넘겨짚고 ‘조언’ 하는 말들이 너무 많이 들렸다.


나는 그들과 함께하는 게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거리를 뒀다. 업무 외의 모임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들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고, 그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자극을 받았다. 나는 과도한 자극을 받으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할 수 도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가끔 꽤 까다로운 사람으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의 이중적인 모습에 스스로 혼란스러웠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왜 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을까. 오래도록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심리상담가들의 책을 읽으며 몇 가지를 깨달았다. 회사 밖에서 경험하는 - 내가 원해서 참석한 모임에서는 그런 자극을 받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내가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남을 밟고 올라서야만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불편한 태도와 구조 속에서 저항하지 못하는, 야망 없이 하루하루 숨 쉬며 버텨나가는 집단에서 나는 오래도록 함께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해 온 시간이 있으니 할 수는 있겠지만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활기찬 사람이지만 끊임없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싶지는 않다. 바쁜 걸 좋아하지만 주위 환경에 무감각한 사람들을 대응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불필요한 인풋을 차단하고 스스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전 04화 [퇴사일기 4] 나의 속도와 회사의 속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