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하고 와인을 마셔요

행복한 순간을 묘사하기

by 제나로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흰색 샤워가운을 집어 든다. 건조한 가운이 온몸의 물기를 흡수한다. 나는 욕조에 물이 가득 찰 때까지 나무 의자에 앉아 있기로 한다. 욕조에 물이 차오르는 소리가 공간을 천천히 채운다. 뜨거운 수증기가 마음을 감싸 안아준다. 사람들의 냉정한 속마음과 달리 이곳에서는 시간이 멈춘 듯한 평온함이 흐른다. 욕조 안에서 차오르는 물결이 마치 작은 파도처럼 한없이 일렁거린다. 끓는 물이 욕조를 가득 채우며 물속에서 작은 거품들이 생겨난다. 나는 노란 불빛이 물 위를 적시며 그늘진 그림자가 흐르는 것을 바라본다. 욕실은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수증기의 충돌로 바람이 살짝 불면서 안개로 뒤덮인다. 안개는 물방울과 함께 공중에 떠다니며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그 안갯속에서 존재하는 모든 온기는 공기를 녹이는 듯하다. 김이 나는 욕조 안으로 몸을 담그니 따뜻한 안도감이 나를 감싼다. 더운 수증기와 함께 내 몸은 어디론가 부유하는 느낌이 든다. 이 순간은 마치 일상에서 잠시 도망칠 수 있는 작은 호텔 방과도 같다.


창밖으로 4월의 밤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뜨거웠던 목욕물에서 벗어나 살짝 적신 살이 여유로워진다. 나는 침실 문을 열어 자연스레 와인잔을 집어 든다. 눈에 띄는 것은 시원한 와인 한 병이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와인 바틀을 집어 들어 창가 테이블에 앉는다. 목욕 전에 켜둔 캔들 빛 아래에서 바틀이 노랗게 반짝인다. 그대로 내리막길을 걷듯 부드럽게 와인잔에 따르자, 향기가 공간을 채운다. 소비뇽 블랑의 풋풋하고 톡 쏘는 향이 입 안에 전해진다. 그동안 몸 안에서 느꼈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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