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세탁한 이불을 덮고 잠에 들어요

행복한 순간을 묘사하기

by 제나로

피로로 구부러진 어깨가 몸을 무겁게 덮는다. 나는 깊게 쉬어 오르는 한숨을 가슴으로 누르며 걸음을 뗀다. 늙어가는 새의 깃털처럼 부드럽게 살랑이는 눈꺼풀이 밀려 내려온다. 불규칙한 호흡소리가 담담하게 들려온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침대로 몸을 던지며 손을 베개 밑으로 넣는다. 가슴에 품은 숨을 천천히 내쉬면 모든 것이 저 멀리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손끝에 이불의 천이 살짝 닿기만 해도 집에서 봄을 느끼기 충분하다. 벚꽃을 향해 닿는 바람만큼 부드러운 향기가 콧잔등을 간질거린다. 이불을 한 번씩 들썩일 때마다 햇볕에 잘 말린 데이지 향기가 폴리에스테르 바람막이에 흡수되는 빗방울처럼 코끝으로 살금살금 스며들어 온다.


머리카락을 푸르르하게 놓아주고 나니 어깨가 바닥으로 길게 늘어진다.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물이 똑, 똑 떨어지는 소리가 마음에 퍼지며 고요한 소금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언제부턴가 나는 스스로에게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도, 내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 몸과 마음을 더 챙길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든다. 미간에 힘이 풀리며 몸의 중심에서 퍼져나가는 온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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