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순간을 묘사하기
차분하게 내려놓은 잔 위에 남은 커피를 보며 눈꺼풀을 무겁게 내려놓는다. 입 안에는 쌉싸름한 커피에는 옅은 딸기 향이 커피의 풍미와 함께 녹아든다. 머신에서 추출되는 에스프레소의 울림소리와 스팀이 솟구치는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커피잔 부딪히는 소리, 키보드를 타닥 간질이는 소리, 책장을 살짝 넘기는 소리는 귓잔등 너머로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입김을 후 불어넣어 따뜻해진 손바닥 사이를 싹싹 비빈 후, 양손으로 귓바퀴를 지그시 누르며 눈을 뜬다.
한쪽 벽면을 꽉 채우는 슬라이드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거리의 소동을 느끼기 충분하다. 내 눈동자는 유리창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 너머로 교차하는 버스와 승용차 사이의 빈 틈에 머물렀다가,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로 점점 옮겨 간다. 어떤 사람들은 서둘러 걸음을 옮기며 그림자에 스트레스를 남기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핸드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천천히 걸으며 뒤따라 오는 사람의 앞길을 막는다. 나는 초점을 잃고 대형 스크린을 향해 턱을 치켜든 영화 관람객처럼 그들을 지켜보며 생각한다. 그저 미지근한 공기를 느끼며 주변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사람은 없는 걸까? 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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