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나쳐요

행복한 순간을 묘사하기

by 제나로

스크린도어가 닫힌다. 매일 타는 이 호선은 언제나 바빠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오늘은 앉을 자리가 있다. 나는 가장 가까운 빈자리에 엉덩이를 무겁게 내려놓고는 곁눈질로 주위를 빠르게 흘겨본다. 어떤 사람은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팔짱을 끼고 졸고 있지만, 대부분 턱을 늘어뜨리며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가 서로를 보지 않는다. 모두 자신의 삶을 바쁘게 살아가야 하니까. 그래서 가까이 있어도 서로를 알아볼 수 없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무릎 위로 모으고 눈을 감는다. 뒤쪽 창문으로 머리를 기대기에는 살짝 거리감이 있지만 기어코 정수리를 밀어내며 통, 통 울림을 느낀다.


철길과 바퀴가 만나는 소리가 귀에서 멀어져 가며 눈앞이 밝은 빛으로 붉어져 간다. 나는 내 눈앞에 넘쳐흐르는 빛을 궁금해하며 힘겹게 눈을 뜬다. 한강의 물결 위로 무수한 빛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반복한다. 주황빛으로 굴러가는 물결은 바람이 핥고 지나가는 모습도 느낄 수 없을 만큼 천천히 떠오르고 있다. 몇몇 사람들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 광경을 받아들이고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것 같았던 흰 물결의 잔상은 내 눈꺼풀 안에서 점점 사라져 간다. 그 순간, 나는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 눈앞이 살짝 흔들리며 주변이 어두워지더니 무거운 금속의 울림이 점점 크게 느껴진다. 나는 조금 전의 순간이 내게 남긴 느낌을 간직하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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