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을 차단하는 방법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 안에 있다가도 어느 순간 나가고 싶어 진다. 다들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하지만 나는 지루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일을 척척 해내지 못할 때가 있다. 어느 모임, 어느 장소, 어느 조건에서는 너무 빨리 지친다. 왜 그런 표정으로 어울리지 못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빨리 대답하려다가 횡설수설하고는 며칠, 심지어 몇 년이 지나서도 후회한다. 솔직하게 말하는 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내가 부끄럽다.
보통 사람들은 직선적이다.
시끄럽게 떠들어 어수선한 쇼핑몰 같은 데에서도 내 말을 잘 알아듣는다. 매장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음악, 영업사원의 고함 소리, 사람들의 대화, 아이가 우는 소리, 엘리베이터가 작동하는 소리, 물건끼리 부딪히는 소리… 그 무엇 하나 그들에게는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그들은 풍부한 음악이 들리고 다양한 향기가 나는 곳을 고급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곳에 가야 즐길 거리가 많다며 나를 안심시킨다.
보통 사람들은 감기에 것처럼 둔하다.
제대로 말리지 않아서 쉰내가 나는 옷을 걸친 사람의 자취, 백화점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동시에 느껴지는 인공적인 향수 냄새와 떡갈비 냄새, 매일 양치를 세 번 한다지만 입냄새가 심한 동료의 숨(이건 개인적으로 그 동료에게 정말 미안할 정도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안개가 낀 날에 눈부시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아무것도 맡거나, 보거나, 듣지 못하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미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나눈 이후의 논쟁, 대화에 참석하는 사람 그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대화, 매일 똑같은 주제, 진부한 가십거리를 이야기하기 좋아한다. 그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자기에게 잘 맞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들이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자신을 바꾸고, 주변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일에는 관심 없어한다. 자기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마주하는 일을 불편해한다. 그러다 어느 날, 자신이 불편하다는 것을 깨달은 보통 사람은 나 같은 민감한 사람을 앉혀 놓고 하소연한다. 보통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의 하소연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어느 날, 그런 보통 사람들을 차단하기로 한다.
사람들을 피해 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내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어쩌다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한 특정 순간이 왔는데 당장 들어갈 굴도, 침대도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나는 보통 사람들을 차단하는 것 대신, 보통 사람들과 있으면서 받을 수 있는 자극을 최대한 차단하기로 다짐했다. 다음은 내가 자극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자극은 혼자 있을 때도 차단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며, 타인과 함께 있을 때도 정중한 방법으로 차단할 수 있다.
[혼자 있을 때: 자극을 차단하는 방법]
눈 감고 있기: 너무 과도한 상상은 의식적으로 멈춘다.
선글라스 쓰기.
이어플러그 하기.
장소를 바꾸기: 바람을 쐬며 잠시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해야 되는 일 하기: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집안일 같은 것을 선택한다. 단, 정말 해야 되는 일만.
창의적인 일 하기: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일기를 쓰고, 음악을 연주하고, 그림을 그린다.
운동하기.
[함께 있을 때: 자극을 차단하는 방법]
대화의 비율이 맞는 친구를 만난다.
자기 문제를 남에게 떠맡기는 친구를 만나지 않는다.
친구와 만나고 헤어지는 시간을 정해 놓는다.
갈등 상황에서 잠시 자리를 피하거나 다른 생각을 한다.
중요한 건 내 집중력이 갈등 상황을 향해 있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무작정 아무 생각을 하지 않거나, 특정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다른 것에 더욱 집중하는 것뿐이다. 나의 일정한 호흡, 나의 휴식 상태,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자극을 차단하기 수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