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힘내고 있는데 뭘 더 힘을 내요

혼밥이 편한 분들께

by 제나로
_.jpeg 어울리는 일은 너무 힘들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만나고 치워버리면(?) 그만이니 거의 다 먹어가는 쭈쭈바를 짜내듯 힘을 팍 주고 문 밖을 나서면 된다. 문제는 자주 봐야 하는 사람들이나 직장 동료들이다. 자주 만난다고 해서 낯설지 않은 건 아니다. 외출해 있는 동안 만나는 온갖 낯선 사람들 때문에 집에 돌아오면 정신적 에너지가 다 고갈되어 버린다.



나를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말자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하는 곳에 억지로 나를 데려다 놓고 내가 두려워하는 것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미션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 미션을 권하는 사람은 갓 알게 된 개인 심리 상담사뿐이 아니다. 성공담을 늘어놓는 ‘자기 계발서’, 가슴을 쫙 펴고 연설을 늘어놓는 강연, 심지어는 SNS에서 권하기도 한다. ‘두려운 것을 마주하고 현실을 직시하라’ 고.


그런데 나는 낯선 사람들과 낯선 환경이 두렵진 않다. 나는 그저 나를 지키려는 일종의 방어 기제에 순응해, 그들로부터 나를 한 발자국 떼어 놓으려는 것뿐인데 온 세상은 내가 싸매고 있는 껍질을 남김없이 벗겨내고 나를 광장 한가운데로 몰아넣지 못해 안달이 난다. 그러면 그들은 신이 나서 자기 신념을 내게 주입시키려고 온갖 명령을 한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세요’,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일단 부딪혀 보세요’, ‘더 적극적으로 해 보세요’, ‘사람이 많은 곳에 가세요’,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세요’.


민감하지 않은 그들은 나를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과 비슷한 그들은 대부분의 사람과 비슷하지 않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게 대부분의 사람과 비슷해질 수 있는 방법을 요구하는 사람이 난 정말 별로다. 특별함을 인정해 달라는 소리가 아니다. 난 유별난 사람도 아닐뿐더러 귀빈 대접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서로 다른 점이 뭔지 알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 달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관리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법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과 어울릴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혼자 조용히 있는 방법도 있다. 매일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없다면 하루에 30분, 일주일에 몇 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명상 프로그램을 틀어 두고 호흡을 느끼거나, 자연을 감상하거나, 러닝을 하는 등의 뇌 빼는 활동이 필요하다. 늘 머릿속이 복잡한 우리는 깊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에 자책하는 것 대신, 깊게 생각할 만한 환경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혼자 식당에 가거나 휴게실에 가서 도시락을 먹는 것이 편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커피 미팅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내가 그들의 대화에 참여할 기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에 큰 위안이 된다. 애써 대답하거나 화젯거리를 꺼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민감하다는 것을 알리면 좋지만, 굳이 알릴 필요는 없다. 그들이 내 모습을 받아들이도록 그들과 나에게 여유를 주자. 내가 스스로에게 지나친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내 있는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사회생활이 편해질 수 있다. 그럴수록 나는 내 에너지를 더 잘 관리하게 되고, 필요한 때에 알맞은 양을 꺼내 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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