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친해지거나, 나와 친해지기
상담 치료는 큰 도움이 된다. 불안, 민감함, 우울함 때문에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어서 불편하다고 느끼면 우선 상담사를 만나는 것을 추천한다. 정신과에서 내 병명을 객관적으로 진단받고 약을 처방받는 게 더욱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나는 우선 내 상태를 주관적인 인과관계에 의해 인지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통제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정신과에서 받아볼 수 있는 풀 배터리 검사도 좋다. 풀 배터리 검사는 정신과에서 임상심리사가 실시하고 의사가 리뷰하며, 검사 시간은 세시간 이상 걸리고, 비용은 50만원 내외이다. 병원마다 다른 부분은 있지만 대략의 정보 공유 차원에서 밝힌다.
되도록이면 민감한 상담사를 만나는 것이 좋다. 그런 상담사를 찾기까지는 꽤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은 나를 위해, 나 때문에 힘들어할 주변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하다.
민감하지 않은 상담사들은 대부분의 사람과 비슷해질 수 있는 방법을 요구한다. 이전 글에서 말한 것처럼 ‘일단 도전해 봐라’, ‘더 자발적으로 해봐라’, ‘화가 나면 화를 내라’는 식으로 내 탓을 한다. 내가 힘든 이유가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내 탓이라고? 나는 화내는게 어렵다. 그래서 나는 화를 참거나 내는 것보다는 그 화를 다스리는 법을 알려주는 상담사를 찾아가는 식으로 내게 맞는 상담사를 찾았다.
나는 값을 지불하고, 상담사는 일을 하는 것이니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상담사를 찾는다는 행위 자체에 너무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 자격이 있는 상담사들은 물건을 팔기 위해 입에 발린 말이나 하는 양아치가 아닌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상담사를 만나지 않고도 괜찮아지는 방법이 몇 개 있기는 하다. 과도한 자극에서 멀어지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취미 활동을 하거나, 자연과 친하게 지내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오감을 즐겁게 하는 일을 하거나, 그저 생각이 아무렇게나 흘러가도록 가만히 냅두는 방법도 있다.
나는 가끔 음악 연습실을 빌려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춘다거나 좋아하는 댄서의 수업을 들으러 가기도 한다. 주말 아침에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 대신 좋아하는 피아노 곡을 연주할 때도 있다. 만화가인 친구를 따라 보잘것없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매일 소설을 쓴다. 평일에는 매일 한 시간씩 헬스장에 가서 가벼운 운동을 하는 습관을 들였고, 매주 세 번은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배운다. 피로한 날은 향기로운 바디워시로 몸을 씻고 마사지를 한다. 나만의 야자나무와 로즈마리를 키우기도 하고, 비가 오는 주말에는 우산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집 앞 카페로 커피를 포장하러 간다. 작은 햄스터에게 매일 식사와 물을 갈아 주고, 길에서 마주치는 동물들을 가만히 쳐다볼 때도 있다. 매일 한 끼는 직접 요리하며 어떤 식재료를 써야 할 지 계획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여행을 떠날 때도 있다.
이제 여러분만의 내면 세계를 가꿀 활동이나 루틴이 떠올랐다면 해 보자. 외부의 자극을 줄이고 스스로에게 집중하자. 그게 힘들면 전문가를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