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뭐야?”
내가 건조기 뚜껑을 열었을 때 가끔 하는 말이다.
한 달에 한 번쯤이라고 하면 가끔일까?
제발 바지 주머니에 휴지 좀 넣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너는 그게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슬며시 자리를 피한다.
너는 색깔이 있는 옷을 즐겨 입는데
검은색 옷을 입으면 팔꿈치 근처에 자꾸 검댕을 묻히고 다니는 게 티가 나서이다.
외출하고 돌아온 네가 패딩에 묻은 검댕을 현관에서 털고 들어올 것인지,
나는 올 겨울에도 똑똑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나는 네게 니트로 된 옷을 선물해줘 봤자 얼마 못 가 올이 풀릴 것을 안다.
너한테는 보이지 않는 갈고리 같은 거라도 몸에 붙어 있나 보다.
어딘가에 계속 부딪히는지 멍이 들 법도 한데, 몸이 튼튼해서 상처가 잘 안나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나는 네가 칠칠치 못하다며 허구한 날 타박한다.
그래도 너는 내가 실수했을 때 ‘거 봐, 너도 실수하지?’라고 말하는 법이 없다.
나는 어쩌다 실수하면 혼나는 가정에서 자라왔어서 설거지거리를 깨뜨리기라도 하면 며칠 동안 끙끙대는데
너는 ‘괜찮아, 정신없을 때가 있지’라고 말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뒷정리를 해준다.
너, 꽤나 정신줄 잘 붙잡고 다니는 사람처럼 말하는구나.
네 덕분에 ‘그럴 수도 있지’ 라며 넘어가는 날이 많아졌다.
정말 네 말대로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
게임에서 계속 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쭉 이기는 날도 있고,
일감이 없어서 불안하다가도 하루 이틀 만에 일감이 몰아닥쳐서
하루 종일 전화하랴 메일 보내랴 바쁜 날도 있고,
운동 가야 되는데 가기 싫어서 쉬다가도 몇 시간씩이나 운동을 하는 날이 있다.
그냥 그럴 때가 있나 보다~ 하고 넘기는 거,
나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네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