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나로 Oct 06. 2023

관심 있는 게 매일 달라져도 괜찮아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모든 게 신기한 거야

목적지가 없으면 어디든 들러볼 수 있어 (출처: flamingderp)


너는 매일 관심사가 바뀐다.

어제는 능력자 배틀물을 그리고 싶다고 했으면서

오늘은 공포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한다.


너는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지금 당장 말해야만 한다.

지금 생각나는 말을 당장 뱉지 못하면 하루종일 우울해한다.

너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너는 지금 생각난 김에 해야 한다며

식사 준비를 하다 말고 베란다에서 화분갈이를 하는 사람이잖아.


살면서 지갑 한 번 잃어버린 적이 없었던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신발주머니를 적어도 열 개는 잃어버렸다는 네가 신기했다.

갖고 싶은 물건도 한참 동안 고민해서 사던 나는

내가 마음에 들어 하자마자 바로 달려가 사 오는 네게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모든 집안일을 계획 세워놓고 지키지 않으면 스트레스받았던 나는

당장 하지 않아도 큰일 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걸 너로부터 깨달았다.


이제는 나도 너와 사는 게 익숙해졌다.

남이 들으면 의심할 법한 헛소리를 해대는 게 우리의 일상이다.

소파에서 게임하다가 어느새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집에서 지갑을 다시 챙겨 오느라 이용 시간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은 캐리비안베이를 헤집어 놓고 다니기도 했으며

아무것도 되지 않는 날에는 그냥 쉬는 날이라고 여기며 너와 함께 햇빛을 쬐는 게 좋아졌다.


나는 아직도 계획을 세운다.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들도 계획 세우려고 했던 날들을 반성한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한결 편하다.

장시간 주의 집중을 못하는 너, 자주 멍 때리는 너, 하고 싶은 일을 재밌게 하는 너 덕분이다.




작가의 이전글 괜찮아, 정신없을 때가 있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