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너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너처럼 다정했으면 좋겠다.
말하고 있는 사람의 눈을 지그시 쳐다봐 주고,
말 끝에 상대방의 이름을 붙여 주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너더러 불편함을 겪으면 똑 부러지게 싫다는 말을 하라고 하지만
너는 나쁜 감정 표현을 잘 못 한다.
네가 꾹 참고 넘긴 안 좋은 기억들이 너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상처가 되는 마음들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
너도 상대에게 똑같이 말하면 상대가 마음 아파할까 봐서 그렇다고 했다.
근데 남의 마음보다는 네 마음이 가장 중요한 거잖아.
나는 너의 중심에 너 대신 내가 있다는 것을 안다.
요즘 너는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만화가가 되기 위해 하던 일을 다 그만두고 만화를 그리지만
내가 네 옆에 없으면 아무 의미 없다며, 내가 일본에 가지 않겠다면 꿈을 접으려 한다.
바보야, 그럼 내가 일본어 공부는 왜 하고 있겠니.
네가 너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힘든데 앉아있어야 할 때는, 그냥 그 자리를 떠났으면 좋겠다.
계속 까먹어서 혼날 때는, 실수를 반복해 버렸다는 자책감보다는 잘 챙김 받지 못했다는 서운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네가 내리는 모든 결정이 다 너를 위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네가 부끄러웠다.
네가 짝이 다른 양말을 신어서, 네가 안내한 길이 잘못된 방향이어서, 경유지에 늦어서 늘 화냈다.
그냥 웃어넘기고, 새로운 길을 탐험하고, 여유를 즐겼으면 됐는데
내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다 나를 위한 것이었어서 그러지 못했다.
나와 함께 걸어가는 너의 시선 끝에는 내가 있는데,
너와 함께 걸어가는 내 시선 끝에는 너보다 조금 앞선 만큼 떨어진 바닥이 이어진다.
네가 나를 보는 동안, 나는 네가 걸어갈 길을 살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