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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로 Oct 29. 2023

너는 네가 좋아하는 걸 하도록 해

어차피 그렇게 될 거니까 불안해하지 말자고

힘들면 아이스크림 한 입 먹고 다시 하기


너는 하루에 한 장씩 만화의 어떤 부분을 따라 그리는 챌린지를 벌써 스무 날째 하고 있는데

무언가를 이렇게나 오래 해본 게 정말 오랜만이라며 기뻐했다.

한 달 수강료가 백만 원이 넘는, 그림 그리는 수업조차도 안 가는 날이 있었으면서

무엇이 너의 일상을 지속하게 했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알게 됐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일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마침 너도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날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서로의 일상을 나눴고

은근한 안정감을 누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던 날, 내 옆에는 네가 있었고

네 계획이 계속 바뀌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날, 네 옆에는 내가 있었다.

그냥 우리가 항상 서로의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돼서

일단 하던 일을 지속할 수 있었나 보다.


좋아하는 게 계속 바뀌고

하고 싶은 일이 계속 바뀌어도 일단은 괜찮은 것 같다.

그러다 혹시 망하더라도 우리에겐 서로가 있어서,

누가 넘어지면 같이 주저앉아 서로의 손을 잡고 실컷 울다가

남은 눈물을 다 짜내버리고 다시 일어나 달릴 수 있다.


이제 와서 고백할 게 있는데,

나는 더 이상 무겁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 이유가 너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 둔다.

그래서 나는 사회적 기대 같은 것들을 꽉 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이제 나는 조금 더 헐렁하게 산다.

남은 손은 가끔 욕심이 많아지는 나를 위해 쓰기도 하고,

외출하기 귀찮아하는 네 등을 떠미는 데에 쓰기도 한다.


너도 네가 좋아하는 걸 마음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

지친 너에게 가끔 내가 아이스크림을 떠먹여 줄 수도 있는 일이고,

우리 주변에는 우리 생각보다 다정한 사람이 많아서

네가 방황할 때마다 분명 그 사람들이 도움을 줄 것이다.


너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하니까,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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