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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로 Feb 15. 2024

소속감이 필요할 때

혼자 일하는 사람도 동료가 필요하다

출처: QUEM


나의 첫 손님

 내 서비스의 첫 손님은 내가 재능마켓에 올려둔 프로필을 통해 내게 연락해 왔다. 나는 글로벌 서비스 기획 전문가로 스스로를 홍보했고, 클라이언트는 글로벌 서비스 아이템의 창업자이자 백엔드 개발자였다.


 나는 클라이언트로부터 러프한 서비스 아이디어를 공유받았고,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기획서, 즉 개발 명세 문서를 열흘간 작업해 제공하기로 계약했다. 클라이언트의 팀은 백엔드 개발자 두 명으로 이뤄져 있었다. 대부분의 전공자들은 비전공자의 언어로 쉽게 풀어서 말하기를 어려워하는데, 이 클라이언트도 그런 느낌을 풍겨 왔다. 다행히도 나는 개발자 출신이라 그들과 소통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기획서는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다른 톤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나는 계약 조건대로라면 개발자 두 명이 읽을 기획서만 제공해 드리면 되었지만,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다 보니 친해지게 되어 더 챙겨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우선, 개발자의 언어로 작성된 자료들을 비개발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워싱해 드렸다. IR 자료로 쓰실 수 있는 장표, 사업 측면에서 고려하실 만한 정보와 아이디어도 제공해 드렸다. '기획자' 로서 도와드릴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도와드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클라이언트는 서툰 표현 방식으로 감사 인사를 전해 왔다. 그런데 피드백을 주고받을수록,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서 물이 새는 느낌이 들었다. 이 아이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당장의 개발 단계까지밖에 검증해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아이템의 여정에 함께할 수 없다. 나는 아이템이 작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없다. 이 사실은 우리 계약 관계의 갑인 클라이언트도 잘 알고 있었기에 '내부 논의 후에 말씀드리겠다', '다음에 좋은 기회가 되면 꼭 같이 작업하고 싶다' 정도의 거리감 있는 말을 전해 듣는 것이 다였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는 직장 다니던 때에 받던 월급만큼의 보수를 받았다. 개인 프리랜서로 계약했어서, 3.3%를 떼고 받았다. 열흘 일하고 한 달 치 월급을 받다니,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다. 뒤이어 출처 모를 먹먹한 감정들이 내 마음을 휩쓸었다. 이제는 일로써 연락하지 않으면 아예 연락할 일이 없는 관계들이 내 일상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겠구나 싶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동료들과 아주 가깝게 지내거나, 아주 멀리 지내고 싶었다. 그런 감정들도 결국 내가 직장 안에 있음으로써 '선택' 할 수 있는 감정이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내게는 동료가 필요한 것이었을까? 너무 혼란스러웠다. 일단 더 많은 고객을 만나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나는 직장 밖 기획자로서 더 많은 클라이언트를 만나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하게 됐다.



동료가 필요한가?

 프리랜서 모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동료나 선배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속감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에서는 내 작업물이 어떤지에 대한 피드백을 듣지 못해 아쉽다는 말이 들려온다.


 직장 안이든, 밖이든 내 작업물에 대한 좋은 피드백은 듣기 어려운 것 같다. 나는 동료 없음에 대한 불편함으로 '피드백 없음' 보다는 '용기 부족'을 꼽는다. 내가 하는 일에 용기를 얻기 위해서는 동료가 필요하다. 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 서로의 일을 내 일처럼 고민하고 축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동료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는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꼭 직장 안에서 만나야 하는 걸까? 나는 운 좋게도 직장 밖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제 자기전 내 고민을 들어준 동거인, 오늘 오전에 전화로 서로의 사업 고민을 나눈 J양(여기에는 다 적기 힘들지만 내 고민을 들어주고 자신의 고민을 나누는 내 주변의 고마운 친구들 포함), 최근 참여한 노마드맵(인스타그램)의 모임 같은 것들이 내 힘이 됐다.


 직장 밖에서도 동료를 찾을 수 있다. 찾아야 한다. 나와 아주 가깝게 지내지는 못하더라도, 서로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가 서로의 용기가 되어, 더 나은 내가 될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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