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
이 얼어죽을 듯한 추위에 러브레터를 다시 봤다. 내가 어브레터를 처음 본 것은 99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따라 우리나라 첫 개봉을 했을 때였다. 사실 이와이 슌지의 작품 중에서는 러브레터 등등보다는 4월이야기를 자주보는 편이나 오늘은 오타루에 너무 가고 싶었으나 비행기표를 못 구한 탓과 너무 추운 날씨탓에 꺼내보게 되었다.
황당하게도 이 영화를 보면서 나름 로맨틱하게 느꼈었던 지난 날과는 달리...
만약 저 3년이 지나도 약혼자를 잊지 못하고 편지까지 쓴 히로코가 저 사람이 순전히 자신이 누군가와 똑같이 생겨서 자신에게 고백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았다면 과연 그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람에게는 제 짝이 있는 것이라는... 뭐 연애라는 게 시작되었더라도 순전히 외모때문에 결혼약속까지 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뭐 이런 의문점은 제쳐두고 내가 가고 싶었던 그리고 보고 싶었던 오타루의 풍경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저 여자 후지이이츠키의 주소는 황당하게도... 지명이 제니바코. 즉 돈상자이다. 후지이 이츠키의 집으로 나오는 곳이 굉장히 오래된 유럽식의 집인데... 이 동네가 이렇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당연하다. 이 동네는 운하로 유명한데 이 운하가 일본 국제 개방 때부터 이용되어왔던 곳이라서 그 곳으로 모든 물류를 받아들이고 내보냈기 때문에 무슨 조계지 마냥 유럽식의 건물이 많다. 심지어 오타루에서 유명한 관광지의 지명 중 하나는 메르헨 교차로이다.
더불어 저 집 지명이 돈상자이게 된 이유도 그와 상통한다. 무역을 많이 하다보니 돈이 많고 그러다보니 금융업이 발달하게 된다. 그래서 북쪽의 월가라는 별명까지 있었다. 현재 일본 금융자료관(여기 가면 일본어로 일본 금융역사에 대해서 가이드를 매우 해 주고 싶어하시는 은행원 같으신 가이드분이 있다... 일본어가 되신다면 한 번 이용해 보시길...)이라고 있는 곳은 원래는 일본은행 오타루지점이었다. 우리도 한국은행이 주요한 장소에만 있는 것처럼 이 동네도 한 때는 돈 관리에 매우 중요한 장소였다는 것이다.
물론 와타나베 히로코가 있는 고베도 만만치 않게 유럽같은 동네이긴하지만서도... 고베는 일단 위치도 꽤나 남쪽이고(쟤네들은 서쪽이라고 말하지만서도..) 눈과 어우러지는 풍광이 사실 홋카이도처럼 당연하지 않아서 겨울에는 오타루가 나은 거 같다. 또 저 영화가 한신대지진 전에 찍은 것인지 후에 찍은 것인지 모르니... 물론 모자이크는 사랑할만한 곳이다...
여하튼 내가 아직도 좋아하는 미포링의 최전성기가 저때가 아닐까싶다. 지금은 프랑스 아줌마 다 되었지만...
도요카와 에츠시와 찍었던 러브스토리라는 드라마가 진짜 반짝반짝 좋았었는데 그거 다시 보려면 어디로 가야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