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는 한국에 와서 10만원은 예사로 넘는 과일바구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10만원이면 다마스에 한 가득 실어다 줄 거라기에티비를 보다 빵 터졌었다.
아닌게 아니라 유럽여행을 다닐 때마다 우리나라 생활 물가가 정말 높다고 느낀다. 여행자로서 가장 빈번히 마주할 수 있는 식생활 물가, 그 중에서도 과일만 두고 보자면 경제규모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도 그랬고, 우리보다 순위가 뒤지는 스페인에서는 생전 처음 맛보는 품질의 토마토(줄기 채로 팔아서인지 겁나 신선하다)와 오렌지가 충격적으로 저렴했었다.
하여 기대를 안고 방문한 포르투갈인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니, 여태 가보았던 유럽국중 가장 마음에 드는 물가를 자랑했다.
복숭아 킬러인 남편은 올해 유난히 별로인 풍작에 아쉬워하던 참이라 이번 여행을 통해 그 한을 풀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체크인하느라몇 시간밖에 눈을 못 붙였는데, 시차 때문에 더 누워있기가 어려워아침 일찍 볼량 시장으로 향했다.
얼마 전 리뉴얼을 마쳐서인지 굉장히 쾌적했고 과일, 육류, 치즈, 해산물등 코너별 비슷한 비중을 두면서 체계적인 배치를 자랑했다.
마침내 납작복숭아와 마주했다. 여름에 유럽여행을 해야만 먹어볼 수 있다는 귀하신 몸. 막상 실물을 보니 겉이 매끈하지도 않고 울퉁불퉁 납작해서, 이게정말 맛있을까 반신반의 했다.
맛보기로 2개만 사보기로 했고 주인아주머니가 씻어주신 두 개를 그 자리에서 베어물었다.
두둥... 코를 울리는 향긋한 복숭아향과 입 밖으로 줄줄 흐르는 과즙. 혀를 놀래키는 미친 당도. 당장 한 개씩 더 사먹기로 했다. 품종이 여러가진지 조금씩 다르게 생겼길래 다양하게 먹어보았다.식감이나 과육 색상에만 조금씩 차이가 있고 모두 다환상의 맛이다.'복숭아라면 이랬으면 좋겠다'는 조건을 빠짐없이 갖춘 맛!
가격을 알고나면 더 흥분하게 된다. 1kg당 3유로(약 4,000원)정도였는데심지어 이게 비싼 축이었다. 도심 마트에선 키로당 1.99유로에도 산 적이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해도 한 상자에 4만원 넘는 복숭아를 바라보다 왔는데천국이다.
숙소에 쟁여두고 매일 먹기
쨍한 하늘 아래 이런 황홀한 맛을 보며 앉아있자니, 좁은좌석에 구겨져 두 번이나 환승해가며 도착한 보람이 있었다. 수하물 벨트고장으로 공항에 발목 잡히는 바람에 이벤트 당첨된무료택시를 놓쳤고, 간신히 도착한숙소 도어락에 배터리가 없어 다시 무한대기. 쓰러지기 직전 호스트가 나타나 문을 따주기까지 30시간가까이 소요된여정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변해갔다. 그리고 기꺼이, 또 그렇게 해서라도 다시 와서 맛보고 싶다는바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