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을 때부터 남편은 고양이를 사랑했다. 나란히 걷다 갑자기 사라진 경우, 길고양이를 발견하곤 그대로 멈춰 섰을 확률 101%. 아니나 다를까 뒤돌아보면 고양이와 놀고 있다.
뒷모습 나온 사진만 추려도 엄청 많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남편은 만나는 고양이마다 다 쓰다듬으며 정을 준다. 처음엔 '사람인 나한테나 잘할 것이지-' 라며 퉁명스레 그를 바라보곤 했다. 고양이는 귀여워하면서 '사람 아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도 특이하다 생각했다.
남편과 알고 지낸 지 어느덧 12년. 유례없는 휴식기를 가진 요즘. 신기하게도 고양이가 내 눈에도 들어온다. 어느샌가 이 종족으로부터 매력이 느껴진다.
얼마 전 한 카페에 갔다. 주문하며 창 밖의 고양이를 쳐다보았는데, 사장님은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줄 아셨는지 "저희 치즈도 있는데 지금 낮잠 자요. 일어날 때 됐으니 깨워올까요?" 물으셨다. 난 고양이를 포함한 모든 동물을 못 만지는데, 난데없이 입에서 "네"라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만난 노란 고양이는 막 깨어나서 그런가 온순하고 멍했다. 호의를 베푸신 여사장님께 뭐라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서 눈 딱 감고 황갈색 등을 쓰다듬었다. 헐, 생각보다 엄청 보드랍고 따뜻하다. 두 번, 세 번 계속 쓰다듬는데 처음 만난 내 손길에도 놀라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내가 제 주인도 아닌데 부르면 쳐다보고 쫓아오기도 한다. 몇 년 기른 강아지에 버금가는 영특함과 붙임성이 아닐 수 없다. 관심 없는 듯 저 멀리 갔다가도 "우리 간다~"라고 인사하면 어느샌가 달려와 꼬리를 종아리에 살랑댄다. 밀당을 잘한다.
나를 입문시켜준 치즈
오늘도 산책하다 갑자기 멈춰 선 남편에게 다가간다. 불과 몇 년 전 같은 상황 땐, 무슨 놈의 길고양이를 지저분할 텐데 저렇게 만지는지, 눈살 찌푸리던 나.
'동물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지 않나'라고 자문 하며 따뜻한 남편을 둔 거라 믿는다. 집 앞 편의점에서 기르는 고양이한테 준다며 츄르를 사도 그러려니 한다. 내가 커피 한 잔 안 마시지 뭐.
오글거리는 감정 변화가 웃기다. 갑자기 생긴 여유 때문인지, 남편의 한결같은 고양이애호에 전염된 건지 잘 모르겠다.
이젠 길을 걷다 고양이를 발견하면 지나치지 않고 꼭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다. 처음엔 남편에게 보여주려고 시작했던 것인데 이젠 혼자서도 실실 웃으며 들춰본다. 나도 결국 고양이의 매력에 스며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