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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 파는 잡화상 Jul 07. 2023

시 같은 거

오래된 서랍POETIC



나는 돈이 되지 않는 글은 쓰지 않아.

 신촌 카페에서 c가 자기 선언을 했다

돈 되는 글이 뭔데?

 i가 물었다

일단 양이 많아야지.

 c가 얇은 수제 돈가스를 포크로 푹 찍고 칼로 썰어

눈 깜짝 할 새 먹어 치웠다

 h가 500cc 맥주 한 잔을 들이켰다

i는 요즘 다시 먹기 시작한 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도 시 같은 거 먹고 있니?

냅킨으로 입술에 묻은 거품을 닦으며

 눈치 빠른 h가 물었다

금단 현상 때문에 못 살겠어.

 i가 뇌를 떨었다

그러니 사는 게 그렇지.

 h가 맥주 한 잔을 더 시켰다

h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스테이크를 잘랐다

 광증이 생겨서.

i가 시를 한 편 꺼내 갤포스와 함께 삼켰다

 돈도 안 되는 시가 뭔데?

c가 담배를 꺼내 라이터를 켜다 묻는다

 거미여인의 키스.

i가 트림을 한다

 시의 생목이 c의 얼굴에 튄다

h가 샐러드에 포크를 꽂은 채 픽, 웃는다

 c가 어깨를 들어 올린다

i가 팔딱거리는 시 한 편을 꺼내 겨드랑이에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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