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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 파는 잡화상 Jul 20. 2023

연등

오래된 서랍POETIC


사월 초파일이면

머나먼 기억의 집에는 연등이 걸린다

오래된 조각들

연등으로 하나둘 불을 밝혀 

몸을 맞대면

먼저 길 떠난 흐릿한 이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허공에 걸린 노란 연등이

작은 새의

심장처럼 파닥거린다

어디서 걸어온 발자국인지

바람이 줄을 잡고

불빛을 흔들고

보도 위

플라타너스 나뭇가지들은

몸을 떨며 비에 젖는데

눈물처럼 흐르는 형형색색의

연등을 따라

당신은 어디를 더듬어 왔는가

연꽃 위의 동자승이

작은 연등을 들고

허공을 간당간당 걷고 있는

저녁

어디 먼 길을 떠났던 이들이

젖은 마음으로

이승에 내걸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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