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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 파는 잡화상 Jul 06. 2023

실존에 대한 거짓말

은희경「고독의 발견」


 타인과의 완전한 소통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굴절되고 분절된 상들은 결국 한 인간의 총체적 진실을 알아가는 일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좀더 직설적으로 다시 말하자. 진실은 결국 하나의 온전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없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유일한 진실일 것이다.  진실은 진실을 말하는 자들에 따라 수백 수천 가지로 늘어날 수 있으며, 그런 진실을 지녀야 하는 사람은 결국 감당 못 할 무게에 짓눌리기 십상이다. 지상의 사람들이 자신이 감당 못 할 무게로 허덕이면서 삶에서 순조로운 항해를 하기란 쉽지 않다. 


과부하가 일어날 때 해야 할 일은 감당 못 할 것들을 덜어내는 일이다. 인간의 정신 작용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한다. 사람의 정신 능력에 과부하가 일어날 때 인간은 분열한다. 자기도 모르는 곳에서 떠다니는 자신의 실체나 진실에 대한 풍문들은 이미 그 자신과는 별개의 또 다른 독립된 개체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고정되지 않는 실존을 어떻게든 파악해 보려 하는 것. 거짓말이 없이는 존재하기 힘든 진실의 파편들은 모아 새로운 실존을 모색하거나 거짓 실체의 실존을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일지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고독의 발견'은 문학의 존재 방식인 거짓말의 옹호이자, 지독한 거짓말에 빠져 사는 자의 뼈저린 고독을 말하고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어슴푸레한 배경에서 무엇인가 정확하지 않은 실체를 더듬어가는 듯한 느낌은 ‘고독’이란 단어와 잘 버무려져 있었다. 타인과의 완전한 소통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굴절되고 분절된 상들은 결국 한 인간의 총체적 진실을 알아가는 일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이미 고정된 것, 그것은 모두 다 실존에 대한 거짓말이다. 실존은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학이 유효한 지점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고정되지 않는 실존을 어떻게든 파악해 보려 하는 것. 거짓말이 없이는 존재하기 힘든 진실의 파편들은 모아 새로운 실존을 모색하거나 거짓 실체의 실존을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일지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이 소설은 문학의 존재 방식인 거짓말의 옹호이자, 지독한 거짓말에 빠져 사는 실존의 뼈저린 고독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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