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괜찮아 보여도

내 안의 불안과 무기력에 대한 자문

by 망상



나는 내가 불안하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에 이름을 붙일 줄 몰랐던 거다.


불안은 조용히 찾아와 나를 잠식했다.

매일을 살아내는 게 숨 막히도록 답답했고, 뭔가 쫓기는 것 같았다.

하루를 버텨내고 잠이 들 때면 “나는 왜 이렇게 사소한 것도 못 해냈을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못했다.


“아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구나…”


내가 처음 ‘고기능 불안’이라는 단어를 접한 건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 때문이었다.

‘고기능 불안감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 - 불안, 걱정, 정신상태 ‘라는 제목이었다.

스크롤을 내리던 손이 멈췄고, 아무 생각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나는 그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숨을 쉬는 것도 잊고 있었다.


영상에서 말하던 모든 증상이, 내 이야기 같았다.

겉으론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스스로는 늘 불안하고, 부족하고, 무능하다고 느끼는 상태.

칭찬을 받아도 금세 무효화되고, 쉬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


내가 그랬다.


그제서야 나는 이 감정에 이름이 있다는 걸 알았다.

‘고기능 불안’은 겉으로는 기능을 잘 수행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끊임없는 자기비판, 완벽주의, 과도한 책임감, 인정 욕구,

그리고 통제되지 않는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사실 이걸 보는 순간, 눈물이 났다.

누군가 내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드디어 내 마음을 설명해줄 말이 생긴 것 같아서,

왠지 조금 덜 외로워진 기분이 들어서.


이름을 아는 건 생각보다 큰 위로였다.

적어도 더는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러던 중, 문득 예전에 받았던 ADHD 진단이 떠올랐다.

처음엔 그저 집중력이 부족하고 산만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건 단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해야 할 일이 머릿속에 수십 개가 맴돌지만,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하루가 끝났다.

작심삼일이 반복될 때마다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그러다 보면 늘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난 왜 이렇게 기본적인 것도 안 되지?’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무능할까?’


그 감정은 점차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만들었다.

ADHD와 고기능 불안은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맞물려 있다.


계획을 세우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좌절감, 감정 기복, 충동적 선택

그리고 늘 ‘이 정도는 해야 하는데’라는 기준을 스스로에게 들이밀며 느끼는 불안.

이 모든 것이, 고기능 불안을 더 날카롭게 만들고 있었다.


정신과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나를 더 나쁘게 만들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은 이 모든 흐름을 하나로 이해하게 해주는 실마리가 되었다.


나는 그저 의지가 약한 게 아니었다.

태만하거나 게으른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나는 조금 다른 뇌를 가지고 태어났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증명해보려 애쓰며 살아온 사람이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야?”

“잘하고 있잖아.”


하지만 내가 안다.


그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나는 늘 마음속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그래도 괜찮아” 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다 잘될 거야” 라고 스스로를 속이기 위해,

늘 애쓰고 있었다.


고기능 불안은 겉으로 멀쩡한 얼굴을 하고,

안에서는 누구보다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게 바로 나였고,

지금도 나고,

앞으로도 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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