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주문한 콜드브루라떼

스타벅스에서 있었던 짤막한 이야기

by 이상준

컨퍼런스 참석 차 첫 방문한 런던. 모든 일정을 끝내고 뮤지컬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시간은 빠듯했고, 여유는 없었다. 배는 고팠지만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릴 넉넉함은 사치였다. 급한 대로 눈앞에 있던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세상에! 내 몸 구석구석에 스미는 에어컨의 냉기.


메뉴판을 살펴봤다. 때는 2017년 6월이었고, 날은 매우 더웠다. 영국인이었던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혀를 내두르며 이런 여름은 처음이라 말했다. 그런 날씨 덕분에 빠른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 내 픽은 '콜드브루라떼',


다시 메뉴판을 훑어보았다. 어라? '콜드브루라떼'라는 메뉴는 없었다. 대신 'Vanilla Sweet Cream Cold Brew'라는 메뉴가 있었다.


카운터를 보니 한 동양인 여성이 있었다. 앳된 얼굴이었고 학생 같았다. 콜드브루라떼가 있는지를 물어볼 시간은 없었다. 바닐라 크림이라니까 대충 비슷하지 않을까? 마른 침을 삼키고 '그냥 바닐라 뭐시기를 시키자'라고 생각했다.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그 동양인 직원을 향해 입을 뗐다.


"Can I get a tall 콜드브루라떼?"


아, 망했다. 동양인 직원이 날 물끄러미 쳐다봤다. 무언가 길게 설명하려는 눈치다. 그녀가 입을 뗐다.


"한국분이세요?"


잠시간 정적. 그리고 터진 웃음. 우린 잠시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콜드브루라떼'는 단종되었고, 한국도 곧 그렇게 될 거라고. 자기가 일하는 동안 '콜드브루라떼'를 주문하는 동양인은 거의 100% 한국 사람이었다며. 그렇게 잠깐의 동포애(?)를 느끼고 극장으로 향했다.


한국에 돌아왔고, 얼마 뒤 스타벅스 메뉴판에는 '바닐라크림 콜드브루'라는 메뉴가 생겼다. 그 메뉴를 볼 때마다 그 스타벅스 매장이, 그 학생이, 그 공간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곤 한다. 약간의 민망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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