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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evieve Nov 26. 2022

어쩌다 비건이 되었나

인권, 동물권, 환경, 건강

2020 하반기에 회사에서 맡은 큰 프로젝트가 있었다. 패키징을 플라스틱에서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과정이었는데 소재,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모두 기획하고 진행했다. 레퍼런스를 찾아보며 생각이 들었다.

'친환경 소재 패키지가 실용성도 좋고 디자인도 예쁘게 만들 수 있는 게 진짜 많네?'

그 쯤 우연치 않게 패스트패션의 유해함과 직간접적인 인권 유린에 관한 영상들도 접하게 되었다. 내가 손쉽게 사는 저렴한 옷들이 임금 착취를 당하는 어린 아이들의 손과 여자들에게서 나오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방대한 양의 쓰레기도 개발도상국으로 버려지고 있었다. 그저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쓰레기 더미와 살아가야 하고 가난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도 몸을 쓰는 일을 해야 했다.


생명에 대한 존중 차원의 문제에 벗어나서 인간이 육식을 행함으로써 지구에 가하는 고통과 환경 문제도 심각했다. 현대 공장식 축산업은 인간의 몸도 병들게 하고 있었다. 상품인 동물들에게 주입하는 인슐린, 항생제가 육식을 통해 고스란히 인간 몸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기업은 그 동물을 예쁜 포장지와 브랜딩, 광고로 감춘다. (이 모든 것들을 증명하는 연구와 다큐멘터리, 책들을 많이 보며 공부했는데 이에 관련한 글은 곧 이어 쓰도록 하겠다.)


그냥 쓰레기 하나, 동물의 살점이 아니라 환경문제와 공장식 축산업, 인권 문제까지 모두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었다는 것을 마음으로 깨우쳤을 때 살고 있던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비거니즘을 알고나서 본 세상은 정말 폭력적이다. 우리는 그 폭력 정당화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체득하며 자라왔고 무의식적으로 이것이 옳지 않음도 알고 있다.

내가 더 알게되면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삼겹살, 치킨, 회를 먹을 때 불편한 마음이 들 거라는 걸. 비건을 욕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거기서 비롯되는 것이다. 불편한 마음.

나는 알면서도 계속 회피하고 있었다. 불편해지기 싫으니까. 맛있는 해산물 (바다동물)이나 유제품도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될 테니까.




안다는 것과 깨닫는 것의 차이에 대한 글을 읽었다. 안다는 것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 않는데 깨달음은 아프다고 했다. 비거니즘을 공부하며 나는 많이 아팠다. 죄책감이 몰려왔고 그간 나의 무지함이 창피했다.


모르는게 약이라고들 한다. 그 약은 사실 독약이다. 나에게 해가 되는지도 모르고 계속 행함으로써 나를 병들게 한다. 진실과 마주서기에는 아플 것 같아 외면하며 너무 알면 골치아프니까 그냥 모르는게 약이라고 한다.

진실을 건드리지 않으면 우리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이 동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분이 상했다는건 그 사람의 마음이 동요했다는 것과도 같다. 무의식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있다는 뜻이다.

알면 알수록 나의 마음은 요동쳤고, 나의 무지함이 미안했고, 힘없는 생명들이 가여웠다.


모두들 손에 칼자루를 쥐어주고 먹을 동물을 직접 도살하라고 하면 기쁜 마음으로 실행에 옮길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고기를 살 때에는 그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 서비스에 대한 비용도 함께 지불하는 것이다. 이는 간접적인 지원이 아니라 사실 굉장히 직접적으로 서포트하는 셈이다. 이것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깨달았을 때 더는 고기가 먹고싶다는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하루는 정말 눈 뜬 직후부터 잠이 들 때까지 비거니즘에 대한 책들만 내리 읽은 날이 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책을 읽다보니 시간은 그 다음 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전자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분명히 잘못되었는데 우리는 그냥 그렇게 알고 자라왔구나. 자본주의 세상이 은폐하고 있었구나. 분하고 가엾고 안타깝다. 나라도 주변에 많이 알려야겠어.'


호주 데일리 라이프 & 비거니즘 콘텐츠 업로드: @genevieve_ji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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