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꿀팁, 면접 필승법, 호주 면접 과정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나는 면접을 좋아한다. 면접을 진심으로 즐긴다.
물론 하루라도 빨리 일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그만큼 짜증이 나는 기간이 아닐 수 없다. 계속 나를 입증해야 하고 (그것도 업무능력이 아닌 말만으로) 자기 PR의 연속이다 보니 여러 번 하다 보면 자괴감이 오는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관과 눈을 마주하고 대화하며 그 사람의 의도나 성향을 파악하는 과정이 재밌다.
호주 회사 면접 절차
호주 회사의 면접 프로세스는 회사의 규모나 오너의 성격에 따라 상이한데, 보통 이렇게 진행된다.
1차 레쥬메(이력서) -> 2차 전화 면접 -> 3차 화상 면접 -> 4차 대면 면접
1차 레쥬메(이력서) -> 2차 대면 면접 1 -> 3차 대면 면접 2
1차 레쥬메(이력서) -> 2차 전화 / 화상 면접 -> 3차 대면 면접 + 디자인 테스트 (paid trial)
1차 레쥬메(이력서) -> 2차 대면 면접
나는 이 네 가지를 다 해보았고, 면접을 이미 여러 차례 거쳐보아서인지 회사를 다니다가 면접을 보는 것이어서인지 마음이 많이 편안해진 상태였다. 이제 긴장이 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 '이 사람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일까?' 등의 심리전을 펼치며 면접 중 농담도 던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어릴 때부터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 발표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고 즐겨왔다. 그래서 면접은 내가 자신 있는 분야였다. 다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내 욕심만큼 말을 100% 유창하게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만족스럽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면접에서 지향 & 지양해야 할 태도
면접에서 가져야 할 태도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선 할 줄 모르는데 무조건 할 줄 안다고 하지 말자. 못하는 건 드러나기 십상이고 기껏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 트라이얼 기간에 근무가 종료될지도 모른다. 전 직장에서 매니저가 면접을 보고 돌아와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지원자는 대화를 해 보니까 모르는 게 뻔한데 아는 척하는 게 너무 빤히 보였어. 어차피 들통날 건데 왜 이력서를 부풀려 쓸까? 괜히 인터뷰 보고 시간 낭비하고 말이야.‘
여러 번 말해도 지나치지 않는 자신감. 회사에서는 공손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사람을 뽑는 것이다. 내가 왜 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인지 어필하는 시간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던가? 기억하자, 우리의 벼는 아직 익지 않았다. 자만하라는 게 아니라 사실 아직 자만할 것도 없고 열심히 자기 PR을 하기에도 치열하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우선 나는 그래왔고 이런 마음가짐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긍정적인 에너지, 미소
사람을 뽑을 때 이력서만 보고 뽑는 게 아니라 굳이 시간을 내어 면접이라는 관문이 왜 있는지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문득 원초적인 이유가 궁금했고 여러 번의 면접 끝에 그 이유를 몸으로 느꼈다.
같이 일하게 될 사람을 직접 만나보고 그 에너지를 보려는 것이다. 대처능력이 빠른지, 압박면접을 잘 통과하는지 이런 것들은 제대로 된 회사라면 호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이 사람이 자신이 해 오던 일에 관련된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는지, 어떤 에너지를 가진 사람인지, 우리 팀에 잘 녹아들 것 같은 사람인지, 그런 주관적인 것들을 보는 것이다.
어떠한 일을 해 왔고 강점이 무엇인지 등은 이력서만 보아도 파악이 가능하다.
나는 면접관으로부터 ’ 개인적으로, 인격적으로 너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 ‘라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었다. 사람마다 가진 장점과 에너지가 다른데, 그걸 면접 때 과하지 않게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글 초반에 면접을 좋아하고 즐긴다고 했는데, 그건 면접관들이 나를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 확신은 결국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으로부터 나온다.
근거 있게 말하기. 너는 나에게 설득된다는 자세
이 마음가짐은 자신감과 연결이 되는 부분이다. 면접관이 내가 해 보지 않은 부분도 할 수 있냐고 물어올 때 그냥 할 수 있다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러이러한 일을 해왔고 이런 부분에서 이런 실적을 보여줬어. 그래서 그 근거로 나는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해.‘ 이런 느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상대방을 조리 있게 설득해야 한다.
면접은 내가 이 회사에 어떤 부분을 기여할 수 있고 왜 다른 사람들이 아닌 나를 뽑아야 하는지 설득시키는 자리라는 걸 중심에 두고 말을 하자.
내가 오너라면 나 같은 지원자를 뽑을 것인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 나는 내가 지원자로 들어온다면 기쁘게 뽑을 것이다. 적응 능력이 좋고 손이 빠르고, 주도적으로 알아서 다양한 업무들을 처리해 내고, 주어진 일 이외에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팀원들과도 둥글게 지내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테니까. 내가 한 번에 이렇게 써내려 갈 수 있는 이유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고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니저나 회사 동료들로부터의 피드백도 물론 나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세일즈 경험도 있는 나는 면접이 볼수록 세일즈와 비슷하다고 많이 느낀다. 면접에서는 셀링 할 상품이 나이고 클라이언트인 면접관에게 하는 설득의 연속이랄까.
면접이 두렵거나 떨리지 않고 재밌겠다, 빨리 면접관 만나서 대화해보고 싶다, 하는 느낌을 다른 사람들도 하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면접관들은 나의 이런 대담함을 마음에 들어 했는지도 모른다. 면접관에게 역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은 도가 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나와 면접관들의 대화와 인터뷰 질문, 답변들도 상세히 풀어나가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만 줄여야겠다. 면접을 앞두고 있는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나의 합격 기운을 받아가시기를!
호주 데일리 라이프 & 비거니즘 콘텐츠 업로드: @genevieve_jiwoo